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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지 May 22. 2024

무얼 썼고 무얼 쓸지에 대하여

   다 쓰이고 버려진 폐기물들이 한 데 모이는 매립지를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지잉-지잉-’ 휴대폰 진동 소리에 알람 메시지를 보니,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보였다. 순간, 견학온 사실도 잊은 채 눈물을 찔끔 흘릴 뻔했다.


   사실 난 오래전부터 글 쓰는 것을 동경해 왔다. 누군가는 ‘글 그거 좋아하면 그냥 쓰면 되는 거 아냐?’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는 분명 남달랐다. 탈출구, 해방 이런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때론 내 존재 자체에 의구심을 품게도 한, 그런 이상한 행위가 바로 글쓰기였다.


   무언가를 쓴다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존재한다. 사전에서 ‘쓰다’를 찾아보면 여러 가지 정의가 나온다.


   1. 머릿속의 생각을 종이 혹은 이와 유사한 대상 따위에 글로 나타내다.

   2. 어떤 일을 하는 데에 재료나 도구, 수단을 이용하다.

                                    

   지금 글을 작성(write)하고 있는 이 행위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며, 어떠한 물건 등이 목적에 따라 사용(use)되는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러다가 근본적인 질문을 나에게 던져보았다. 나는 무엇을 쓰고(use) 있으며, 무얼 쓰고(write) 싶은 걸까.


   첫 번째, 무엇을 쓰고(use) 있는가에 대한 답은 ‘지구’였다. 매일 나는 지구 안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지구를 소비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두 번째 질문인, 무얼 쓰고(write) 싶은가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려한다.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첫 글을 작성해 본다. 제 역할을 다한 폐기물들이 모이는 매립지가 그렇듯, 내가 쓴 글들도 충분히 세상에 빛을 보고 이곳에 쌓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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