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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hovah Jul 24. 2016

23살, 파리 여행의 시작

02 -  지금도 여전히 그리운,  나의 낭만적인 파리 여행


2013년 7월 8일 파리에서의 첫날,

나는 여행 책자와 파리 지도를 보면서 느낌이 오는 대로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 다녔다. 파리를 자유롭게 다닌다는 것은 정말 낭만적인 일이었다. 나는 파리 여기저기를 당당하게 걸어 다녔고 다니다가 목적지를 향하는 길이 아닌 것 같으면 방향을 바꾸어 가고 또 도저히 길을 모를 때는 지나가는 외국인에게 길을 묻기도 하며 다녔다.

길을 잘못 들어설 때는 그곳에 보이는 파리 골목을 구경하곤 했고, 또 가다가 좋은 곳인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일단은 무조건 들어가 보았다. 들어간 뒤에 묻는다.

여기 뭐하는 곳인가요?

그렇게 여기저기, 몇 시간을 다니다가 잠깐 쉴 겸 아무 곳이나 앉아서 글을 썼다. 세상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곳이 많다니, 나는 정말 작은 세상 속에서 살고 있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어디가 어딘지도 모른 체 파리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덥고 피곤하니 그만 숙소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숙소로 향해 걸어가다 문득 이렇게 좋은 파리를 많이 즐기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쉬워졌다. 그래서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몽마르트르를 들리기로 마음을 먹고 발걸음을 옮겼다. 


몽마르트르 언덕은 높은 지대 위에 있는데 그런 몽마르트르 언덕을 찾아가는 길은 정말 재미있었다. 위로 향한 언덕 위에 있는 집들이 너무 예뻤고, 조금 더 올라가다 보면 시장 같은 곳이 나오는데 오색빛깔의 물건들이 내 눈을 마구 끌어당겼다. 예쁜 실과 레이스를 사서 뜨개질을 좋아하는 작은 언니에게 선물해 주고 싶었지만 가격이 비싸 살 수 없었다. 

또 가다 보니 아주 예쁜 초록빛의 꼭 들어가 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가게가 있었다. 그 가게의 한가운데에는 노트르담 대성당 모양의 초콜릿이 세워져 있었다. 아주 크고 멋진 노트르담 대성당 초콜릿!


그렇게 아기자기한 시장을 지나고 나면 드디어 몽마르트르 언덕이 보인다. 하얀 사원 아래에 초록 빛깔 언덕, 그리고 하얀 사원과 만나는 파아란 하늘 까지! 너무나도 멋지다. 이런 좋은 풍경에서 좋은 햇살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언덕에 누워있다.


하지만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정말 재밌는 곳은 바로 사원의 뒤쪽, 소호거리이다. 

화가는 물론이고, 조각 인냥 분장을 하고 있는 거리 예술가부터 아코디언을 신나게 연주하는 거리 음악사 까지 소호거리에는 재미있는 볼거리가 정말 많다.


소호거리를 지나 더 올라가다 보면 언덕 내리막 길이 나오는데 골목골목에 낭만이 가득 차 있다. 나는 내리막길 아래 골목과 예쁜 집들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서서 한참 동안 파리의 낭만에 젖어들었었다.


한 참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난 뒤 다시 여기저기를 구경하다가 그림을 파는 한 가게에 들어갔다. 들어가 보니 그 가게의 주인이 우연히도 한국인 이었다. 그 한국인 주인에게서 파리에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팔기도 하신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 외 여러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었다. 그리고는 파리에서는 언제나 한국인 여행객이 반갑다며 오렌지 주스를 주셨다. 나는 괜히 마음이 즐거우면서도 뭉클했다.

소호 거리에서는 정말 많은 화가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그려주는데 나는 그 풍경이 너무나도 파리스러워서 좋았었다. 한쪽에서 어색한 얼굴로 화가의 모델이 되어주고 있던 소녀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었는데 그만 그 소녀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그 소녀가 나를 보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또 소호거리에 화가들은 풍경 그림을 팔기도 하고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한다. 걷다 보면 화가마다 그리 풍이 다 달라서 내 발걸음을 자꾸 멈추게 만드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화가들에게 어떤 재료로 그림을 그리는지 등 이것저것을 묻고 다니며 얼마나 재밌게 놀았는지 모른다. 

낭만적인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나는 파리에서의 가장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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