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 파리를 점점 더 좋아지게 만드는 나의 파리 여행
2013년 7월 9일 오전 11시,
23살의 나의 파리 여행 2일째.
나는 지금 파리의 퐁피두 센터 앞에 앉아있다. 퐁피두 센터는 12시에 문을 연단다. 퐁피두 센터 건물의 외간은 사실 그리 멋스럽지도 파리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파리에서 꼭 봐야 할 3대 미술관이란다. 나는 비행기에서 파리를 공부할 때부터 다짐했었다. 퐁피두 센터가 왜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파리의 3대 미술관인지 꼭 알아내고야 말겠다고!
파리에서의 난 시간의 압박이나 과제에 대한 압박 등 그 어떠한 것에도 얽매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센터의 오픈을 기다리며, 주변의 여느 파리지앵처럼 퐁피두 센터 근처 바닥에 앉아 글을 쓴다.
퐁피두 센터의 뒤에는 엽서나 사진, 기념품 들을 파는 파리의 상점이 늘어서 있다. 퐁피두 센터의 오픈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기에 상점들을 구경하기로 했다. 그리고 늘 그래 왔듯이 나는 외관이 가장 멋스러운 한 가게에 끌려 들어갔다. 1층에는 액자, 사진, 엽서 등 멋지고 세련된 기념품들을 팔고, 지하 1층에는 작품을 전시하는 그런 가게였다. 나는 그곳의 많은 작품 중에서 코끼리가 그려진 어떤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아마도 색깔 때문일 것이다.
처음 가게에 들어갔을 때는 무언가 살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작품을 보고 나니 이 곳의 멋스러운 엽서는 꼭 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의 많은 엽서 중에서, 파리의 풍경에 아름다운 칼라가 조화롭게 들어간 엽서가 나는 마음에 꼭 들었다.
그렇게 구경하고 나니 12시가 지났고, 드디어 퐁피두 센터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퐁피두 센터는 화요일이 휴관이란다. 한국은 보통 월요일이 휴관인데...라는 생각이 스쳐갔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마 여행이 주는 자유로움 때문이겠지...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햇살이 아름답게 내리는 파리의 퐁피두 센터 광장에 앉은 나는, 다음엔 어디로 향해 볼까 기분 좋은 고민을 시작했다.
아마도 그건 파리에 있기 때문에 기분 좋은 고민 었던 것 같다.
나는 파리 여행 책자를 펴고 목적지를 다시 정해야 했다. 잠깐의 고민 뒤 결정된 목적지는 바로 '포럼디할'이었다. 다시 신나는 마음을 가지고 포럼디할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책자에 의하면, 포럼디할은 파리의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쇼핑 공간이란다.
한참을 헤매다가 어렵게 찾은 포럼디할에 막상 가보니 우리나라의 명동이나 로데오거리 같은 곳이 떠올랐다. 혼자 여행을 오니, 어디를 가도 가족들의 선물을 살 생각만 하게 된다. 하지만 금세 포기!
명동처럼 옷도 많고 세일도 많이 하지만, 왠지 가족들 선물은 유럽에서 밖에 살 수 없는 그런 의미 있는 선물을 사 가고 싶었다.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그런 선물 말이다.
포럼디할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눈앞에 굉장히 크고 멋진 건물이 보였다. 관광지도에 없는 곳이다! 들어가 보니 관광지가 아닌 파리의 일반 성당이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처럼 유명한 것이 아니라 관광지도에 나오지 않았나 보다. 그런데 동네의 보통 성당이 어쩜 그렇게 웅장하고 멋질 수 있을까? 내 눈에 보이는 이 멋진 것을 그대로 카메라이 담아보고 싶지만 담아지지가 않는다.
성당의 천정이 아주 높았고, 그 높음이 성당을 굉장히 웅장하고 고귀해 보이게 만드는 것 같았다. 나는 예전에 '옛사람들은 하나님께 좀 더 가까이 가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건물을 높게 지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하나님께 가까이 가고자 하는 마음인지 아니면 하나님의 영광을 더 영화롭고 고귀하게 보이기 위함인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성당의 앞쪽에서 예배 소리가 들렸고 내 마음에 무언가 뭉클한 것이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여기저기가 너무 신기하여 눌러대는 내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성당과 어울리지 못한다고 느껴졌다. 아니 사실은 셔터 소리가 천박하다고 순간 느꼈었다. 이 순간을 사진보다 글에 더 열심히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나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그런 묘사를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내가 직접 경험하고 보니 나도 모르게 이런 표현이 자꾸만 튀어나온다.
성당의 화려한 샹들리에, 기둥, 창문의 유리, 그리고 돌 하나까지도 작품이고
만든 이의 손길이 느껴진다.
성당의 모든 부분이 화려하고 멋있었다. 벽을 이루는 작은 돌 하나 까지도. 조용히 성당에 앉아 글을 쓰다가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펜을 놓고 기도를 드리게 된다.
6시를 향해 가는 늦은 오후,
파리의 여름은 날씨가 정말 좋다. 이 날은 목적 없이 돌아다녀 보는 그런 날이었다. 유럽의 대부분이 그렇지만 특히 파리는 더더욱 옛 스러움을 많이 갖고 있어서 '낭만'이라는 말이 늘 수식으로 붙는 것 같다. 어디를 들어가도 중세시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사실 예쁜 건물보다 파리가 더 재밌는 건 어디 가도 여유 있는 파리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카페에 들어가거나 어디를 가야만 여유를 얻는데, 파리 사람들은 어디든 앉으면 카페가 되고 데이트 장소가 되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왜 저기 앉아있어?'라고 말할만한 그런 곳 말이다. 또 파리는 어디서든 음악이 나온다. 바이올린, 첼로 그리고 트럼펫까지 각종 거리 악사가 길거리에서 연주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어폰을 끼고 파리를 다닌다면 진정한 파리는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내가 이틀 동안 여행한 파리는 해가 지지 않는 그런 도시였다. 아침에 나와서 하루 종일 놀다 보면 파리의 밤이 너무 보고 싶은 순간이 온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파리의 밤은 10시가 지나야 만 온다.
여행은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
이렇게 두 번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파리의 밤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