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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hovah Aug 02. 2016

파리에서 배우는 여유

04 - 우리는 모두 여유가 필요했다.


2013년 7월 10일

파리 여행 3일째, 오늘은 드디어 퐁피두 센터에 들어왔다. 엄청나게 많은 작품들, 정말 하루 종일도 부족할 것 같은 그런 규모다. 나는 전시장 여기저기를 구경하다가 문득 익숙하지 않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파리 퐁피두 센터에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통로 곳곳에 의자가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전시장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었다. 의자의 의미는 뭐였을까?... 다리가 아플까 봐? 아마도 통로에 놓인 의자는 진지한 감상을 위함 일 것이다. 너무 좋은 작품들이니 급하게 보지 말고 작품을 더 자세히 깊이 감상해달라는 의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퐁피두 센터의 4층을 두 시간 정도 본 뒤에 5층으로 올라갔다. 5층에는 야외 테라스가 있었다.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걸어 다녔으니 잠시 좀 쉬어 볼까 하여 들어갔는데, 한 외국 남자가 테라스 앞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문화 충격' 이었다.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고 편견일지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작품을 볼 시간도 아까운 빨리빨리 문화가 아닌가, 그런데 전시회를 보다가 그림이 그리고 싶어 지니 앉아서 그림을 그린다? 정말 낭만적이고 멋진 문화 충격이었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제대로 전시를 보지 못한 거였으며 작품과 제대로 소통할 여유조차 없었음을 깨달았다.


테라스의 여유를 마치고 다시 전시장에 들어갔는데 또 한 학생이 어떤 작품 앞에 앉아서 도구를 잔뜩 꺼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이런 풍경들이 너무 재미있고 놀라웠다. 나는 그 학생에게 '너를 내가 좀 찍어도 되겠니?'라고 물었다. 그 학생은 조금 쑥스러운 얼굴을 하며 이내 '예스'라고 답해주었다. 그리고는 앉아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림을 그리던 친구는 뉴욕에서 아트를 전공하는 친구라고 했다.

카메라로 사진만 찍기 바쁜 나와 달리, 좋아하는 작품 앞에서 연필과 색연필로 작품에서 느껴지는 것들을 바로 그린다는 것, 정말 너무 멋지다! 한국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데... 여행을 통해 문화의 다름을 많이 느꼈다. 뭐가 더 낫고 낫지 않다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시간의 차이가 아니라 여유의 차이구나! 전시관에 모든 작품을 시간 안에 다 봐야 한다는 압박보다는, 하나의 작품만 보고 하루가 끝난다 하더라도 내 마음에 감동을 줄 작품을 찾고 그것을 깊이 감상할 수 있는 여유.


우리는 모두 여유가 필요하다.



2013 년 7월 10일 오후,

퐁피두 센터를 거진 4시간 정도를 구경했다. 입장할 때의 포부와 달리 다 보지는 못했지만 가고 싶은 곳이 많았고 무엇보다 다시 파리를 올 거라는 믿음으로 나왔다. 그리고 나는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향하고 있다.


나는 유럽 여행을 오기 전에, 나의 15 지기 친구와 잠시 3개월 정도 같이 살았었다.  친구와 나는 어릴 적부터 좋아하는 것이 비슷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항상 같은 게임을 즐겼으며 자전거도  친구에게 배웠었다. 그런  친구 역시 나처럼 여행을 좋아했고, 같이  당시에 우리는 종종 새벽 1시에서 2시즘 하는 ' 남자의 만국 여행기'라는 프로그램을 보곤 했었다.  번은  프로그램에 노트르담 대성당에 대해 방영했었는데, 노트르담 대성당에 대해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굉장히 오랜 기간에 걸쳐 지어졌기 때문에 건물의 앞쪽과 옆쪽의 건축 양식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때부터 나는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너무 좋아졌고  직접 보고 싶었다. 세월의 변화를 담고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 정말 매력적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건물 안에 들어가는 것 까지는 무료로 가능하다. 안에 들어가면 아마 대부분 그러하겠지만 그 화려한 장식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리고 둘러보다 보면 누구나 아는 그 장미 창이 사람들로 하여금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장미 창은 성당 앞쪽 양옆에 두 개가 있는데 그 두 개의 스테인드글라스 색이 다르다. 한쪽은 빛이 잘 들고 한쪽은 빛이 잘 들지 않기 때문에 당시의 건축가가 한색과 난색, 이렇게 양쪽의 색을 다르게 한 것이란다. 어쩜 그리도 지혜로우면서 감각적일 수 있을까? 감탄이 멈추질 않는다.

그리고 나는 늘 그랬듯 잠시 기도를 드렸다. 내가 이렇게 좋은 것을 볼 수 있는 것이 감사고, 혼자 여러 상황 속에서도 안전할 수 있음이 감사다.


그렇게 성당 내부를 맘껏 구경한 뒤 나는 노트르담 대성당 꼭대기에 올라가기 위해 밖으로 나와 줄을 섰다. 금방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으며 심지어 20분에 10명씩만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입장을 기다리며 노트르담 대성당의 앞쪽과 다른 성당의 옆쪽 느낌을 열심히 감상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거리 공연을 하는 소리였다. 파리는 이렇게 어딜 가나 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기다림이 오래 지속되어 지루해지는 관광객들에게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팁을 받아 간다. 내가 본 거리공연은 지나가는 행인을 대상으로 하는 웃긴 공연이었는데, 지나가는 어떤 사람들에게 자기가 FBI라며 경호하는 척을 하거나, 어떤 사람 뒤에서 그림자처럼 행동을 똑같이 따라 했다. 또 어떤 할머니가 지나가면 "마마"라고 하며 안기는데 나는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서 배꼽이 빠질 듯이 웃고 동영상을 마구 찍어댔다. 그런데 갑자기 그 공연하는 사람이 나에게 다가오면서 아이폰 섹시녀라고 했다. 그렇게 몇 분을 공연한 뒤 팁을 받으러 돌아다니는데, 나는 너무 재밌었던 그 분위기에 취해 한국돈으로는 얼마인지도 계산도 못하고 있는 동전을 다 줬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최소 1 끼니는 먹을 수 있는 돈 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 참을 기다린 후에 드디어 노트르담 대성당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는 입구로 들어갔다. 꼭대기까지 계단이 500개란다.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듯 쉽게 얻을 수 있는 아름다움은 없으며, 어렵게 성취해서 볼 수 있는 것이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게 힘들게 올라간 노트르담 대성당 꼭대기 도착하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멀리 풍경을 바라보니 한쪽에는 에펠탑이, 다른 한 쪾에는 전날에 갔던 몽마르트르 언덕 위의 사원이 보였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풍경에, 그 순간 내 마음속에 여러 가지의 감정이 울렁울렁 그리고 울컥울컥 올라왔다.


그러나 그 감정을 설명할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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