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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hovah Nov 26. 2017

루브르를 통해 느끼는 파리의 낭만

05 - 박물관이 파리를 더욱 매력적이게 만든다.


나는 다시 한번 감성에 젖었다. ‘아, 나 지금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간다.’

당시의 나는 하루하루 인생의 최고의 행복을 맛보고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은 큰 옛 건물로 빙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루브르 박물관 안에를 들어가려면 큰 옛 건물의 통로를 지나 피라미드 입구까지 가야 한다. 루브르 박물관을 가기 위해 큰 옛 건물의 통로에 들어서는데 통로의 입구 어디선가 아름다운 첼로 소리가 들린다. 소리와 함께 들어가니 거리악사가 첼로를 켜고 있었다. 루브르의 낭만에 이미 젖은 나를 더 낭만에 젖어들게 하는 첼로 소리였다. 그리고 첼로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통로를 나가는 순간 밝은 햇살이 들어왔으며  저 멀리 루브르의 한가운데에 피라미드 건물이 분수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순간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첼로 소리와 햇살 그리고 루브르 피라미드. 종종 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예를 들면 결혼식장의 신부가 등장할 때 문이 열리고 햇살과 함께 걸어 들어오는 아름다운 신부, 그런 영상 말이다. 내가 루브르를 들어간 순간에 그런 효과가 느껴졌다.  



루브르의 외관에서 루브르 안쪽을 바라보며 한참을 멍하니 서있다가 드디어 루브르 중심으로 들어갔다.

피라미드를 중심으로 분수대들이 빙 두르고 있다. 파리 사람인지 타지의 관광객인지 알 수없지만 모두가 다 햇살이 비치는 분수대에 걸터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다. 순간 너무나 파리에 사는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사실 한국에서는 놀거나 이야기를 하려면 카페나 어디든 들어가야 하는데, 파리 사람들은 어디든 앉을 곳이 카페고 데이트하는 곳이 되는 것 같다. 파리는 정말 평화로운 도시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가면 박물관의 로비가 나온다.  명성만큼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한국어로 된 브로슈어다. 낯선 곳에서 발견한 한글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당시의 나는 파리에 대한 어떠한 공부도 준비도 하지 않았고 역시나 루브르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사도 안 하고 무작정 들어갔다. 아마도 조금만 블로그나 후기를 본 사람이라면 절대 나처럼 반지하 층의 고대 조각부터 관람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는 사람들은 알 테지만 루브르는 정말 거대했고, 작품은 너무나 많았다. 아무런 정보가 없었던 나는 평소의 성격대로 반지하층의 고대 조각부터 관람하기 시작했다. 루브르의 반지하층부터 1층까지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파리에 분위기에 내가 너무 빠진 것인지, 미술학원이나 미디어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조각 작품인데도 새롭고 신기했다. 조각으로 어떻게 옷자락까지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놀라웠다. 또한 나는 저렇게 황금 비율로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당시 작가들의 눈과 손 그리고 감각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층대로 차례대로 볼 계획이었으나 1시간을 넘게 반지하부터 1층까지 작품을 보니 루브르의 작품을 다 보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드디어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나는 언제나 몸으로 겪어보고 직접 경험해봐야 하는 미련한 성격이었다.) 수요일은 야간 관람이 가능했지만 그럼에도 시간이 부족했고, 그 순간부터라도  전략적으로 작품을 봐야 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짠 플랜대로 프랑스 회화를 보기 위해 3층에 올라갔다. 3층에 올라간 순간에 내가 느낀 감동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수업시간에 스크린으로만 보던 그 작품을 나는 실제로 보고 있고 그 작품들의 갈라진 물감의 질감이 나를 울컥하게 만든다. 살아오면서 인터넷이나 책 그리고 여러 미디어로부터 나는 수많은 미술작품을 봐왔고 미디어로 보는 게 너무나 당연했으니 이런 위대한 작품들을 실제로 볼 거라고 상상조차 못하고 살았던  것 같다. 작품에서 표현한 옷자락, 옷 주름, 빛에 반사된 눈동자나 피부의 반광 등 당시에 작가들은 어찌 저런 표현들을 할 수 있었는지 너무나 멋졌다. 지금의 사진처럼, 작가가 자신의 눈에 보이는 실제의 대상과 똑같이 그리기 위한 노력이 느껴졌고 나를 감동케 했다.




나는 사실 예술 분야 중에 모더니즘이나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디자인을 하는 나는 더 넓은 시야와 개방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작품에 대한 내생각은 이렇다. 음악이나 미술이나 예술은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아마도 아주 오래전에는 눈으로 보이는 것과 최대한 똑같이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고 그런 노력이 결국 수세기가 지나도 찬사를 받을만한 표현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는 이들은 작가의 작품을 통해 당시의 문화나 작가가 보고 있는 것을 느끼며, 그 눈이 느끼는 아름다움을 공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즉 고대, 중세의 작품은 빛, 질감, 그림자, 공간 감등을 통해 나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공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이후의 마네 같은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은 내면, 즉 감정의 공감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했다. 표현이 디테일하고 정확하지 않으나 그들은 이전 시대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그림에 마음을 담은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런 작품을 보면서, 당시의 작가가 그리는 대상에 대해 이런 마음 혹은 저런 마음으로 바라본거 아닐까 생각이 들면서 그림을 통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니 그들은 내면의 공감을 나에게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그들의 생애가 궁금해지는 거 아닐까? 보다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그러나 현대의 모던 작품에서 나는 공감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다만 그림을 오래 감상하며 종종 내 마음을 그림에 투영하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한다. 물론 현대의 작가들의 의도가 그러했을 수도 있다.



무튼 나는 루브르에서 내가 생각하는 가장 훌륭한 작품들을 보고 있다고 느꼈고 멀리서 보면 그림 자체에 감동을, 가까이에서 보면 오래되어 갈라진 세월의 흔적에 낭만을 느꼈다. 아마 파리라는 곳이 그렇게 느끼도록 온 도시가 도와주는 듯하다.



루브르는 정말 멋진 곳이었다. 루브 나오면서 너무나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루브르에는 아주 많은 훌륭한 작품들이 있고 작품은 언제나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인데, 여기에 내가 아는 작품이 60개는 될까?  보물창고 같은 곳에서 내가 보물인지  알아보고 지나가는 작품들이 너무 많은  아닐까?




루브르에서 나온 시각이 9시경, 해가 질랑 말랑 한다. 나는 루브르의 야경을 보기 위해 피라미드 입구 근처에 앉았는데 유럽의 일교차가 이렇게 심한지 전혀 몰랐다. 너무 추워서 도저히 밤을 기다릴 수가 없어 숙소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늦어 전철을 타기 위해 센 강 쪽으로 향하는데 어디선가 즐거운 음악소리가 들린다.


센 강 가까이로 가니 파리의 젊은이들이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깜깜한 밤이 되기도 전에 강가에 모여 길거리 공연을 펼친다. 어느 나라나 젊은이들은 즐거움이 넘치는 것 같다. 그 젊은이들의 축제 같은 음악을 들으며 어느새 밤이 된 센 강의 야경을 바라보니 파리의 낭만에 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나만큼이나 낭만을 좋아하는 엄마와 언니들을 데리고 꼭 다시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더욱 미화되어, 파리 여행이 지금도 가장 잊지 못하는 여행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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