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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은 Aug 19. 2024

우리가 다양한 전시를 봐야 하는 이유

끝없이 논의되는 정체성에 대하여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 사이 집단 정체성, 그중에서도 인종, 민족, 젠더, 섹슈얼리 티의 측면에서 규정되는 정체성에 주목하는 전시가 증가했습니다. 이 전시들은 정체성 문제를 개입시키는 미술 및 전시의 가치와 윤리, 의미를 둘러싼 논쟁을 가속화시켰습니다. 이는 같은 지역 내에도 존재하는 다양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고, 타자의 정체성은 불가 피하게 서구화된 주류의 정체성과 대비되는 틀에 박힌 모습으로 정의되어 버렸다.


이제는 미술사와 현대 미술을 논의함에 있어 소위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던 서양 백인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이 주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정치적 그리고 문화적 이데올로기 아래 외면받아온 '주변부', 제3세계 작가들과 작품들이 언급되고 있다. 오늘날 동시대 미술을 전시하는 여러 미술관들은 제3세계라고 할 수 있는 비주류의 주제를 가지고 전시를 다양하게 개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는 세계적인 미술관인 구겐하임 미술관은 오늘날 세계적인 미술관의 의미에 대해 스스로 자문하며 제3세계 미술에 대한 적극적인 상호 작용과 문화적  교류를 위한 작품 컬렉션을 지속해 왔다. 소외된 지역의 예술가와 큐레이터, 교육자를  선정하여 전 세계를 아우르는 문화적 실천과 역사를 반영하였고 컬렉션 확장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하였다.

이를 조사하다 보니, 한국에서도 비슷한 담론을 가지고 전시를 하는 전시회를 조사하던 중, 전북도립미술관의 《가운데땅이야기:KazakhstanalltheTime》카자흐스탄의 동시대 미술 전시를 알게 되었다.

전시에서 펼쳐지는 카자흐스탄의 미술은 그들의 역사, 그리고 삶과 긴밀히 연동됩니다. 고대 카자흐스탄의 역동적인 지리적 위치는 그들의 예술에 문화적 다양성과 유연성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근현대 시기에는 유목과 비정주성이라는 그들의 오랜 정체성을 지니며, 체 계와 구조의 재편이 빠르게 진행 중인 현재 상충하는 이념과 가치들은 카자흐스탄의 동시대  미술을 보다 다층적으로 분화시키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렇듯, 이 전시는 세계적으로 덜 알려진 중앙아시아의 동시대 미술인 카자흐스탄의 역사, 삶에 대한 민족주의적인 예술이 세계적인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의 제3세계 미술에 대한  적극적인 상호 작용과 문화적 교류를 위한 활동을 지속해 오는 것처럼 한국도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제3세계 미술에 대한 적극적인 문화적 실천을 해오고 있다는 것이 큰 의의라고 생각이 된다.


또한 전북도립미술관의《가운데땅 이야기 : Kazakhstan all the Time》전시는 민족지학자 로서의 미술가를 저술한 할 포스터의 논의를 통해 더 많은 담론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할 포스터는『민족지학자로서의 미술가(Artist as Ethnographer)』에서 사회 맥락적 접근의  민족지학적 연구를 통해 여러 타자의 주체성이 등장하여 다양한 공동체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장에서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업에서 사회, 문화적 스토리텔링 이 되는 소수자, 질병 등을 작업에 필요한 장소로 이용한다고 주장한다. 예술가가 사회적  현상에 대해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그러한 현상과 함께 작업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서 전북도립미술관의《가운데땅 이야기 : Kazakhstan all the Time》전시가 카자흐스탄의 여러 사회적 현상에 대해 작업한 작품들의 전시이며, 이 전시에서 펼치는 카 자흐스탄의 미술은 그들의 역사, 그리고 삶과 긴밀히 연동되면서 고대 카자흐스탄의 역동적인 지리적 위치와, 근현대 시기 유목과 비정주성이라는 그들의 오랜 정체성을 통해온 ‘공간’에 대해 지각하고 나아가 미술과 미술가의 개념, 카자흐스탄의 정체성과 공동체에 대해, 그 리고 체계와 구조의 재편이 빠르게 진행 중인 현재, 상충하는 이념과 가치들은 카자흐스탄의 동시대 미술을 보다 다층적으로 분화시키고 이것이 담론의 ‘장소’로 기능하는 게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할 포스터의 논의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고 또한, 이 전시는 타자의 시선에 대해서도 다룬다는 점에서 ‘타자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전시 서문 중에 “이러한 경이로운 뒤엉킴은 소외되고 망각된 타자들과 관계 지으며 결국엔  고정화된 사회를 변화시킨다.” 이 전시에서는 단순 시간의 전개가 아닌, ‘다른 이와의 만남’을 통한 비선형적 시간관 안에서 카자흐스탄의 사회적 예술을 다룬다. 앞선 세대와의 조우로 현재를 재발견하는 것, 혹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세계의 비극과 자신의 연결고리를 재고해 보는 것, 개인의 미시적 행동을 아주 먼 미래의 후손들과 연관 짓는 것 등, 이 모든 것들은 타자를 환대하는 순간에 이루어진다. 누군가는 이것을 비합리적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각자의 그물망에만 두터운 층위를 만드는 작금의 질서 속에서 야말로 이 비합리적인 시간관이 앞을 밝혀주는 등불일 수 있지 않을까.“《가운데땅 이야기 :  Kazakhstan all the Time》은 인과의 폭을 넘어서는 타자적 시간관을 전제하여 카자흐스탄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톺아보고자 한다."라고 설명을 하고 있다.


서구와 비서구를 단순 비교로 설정된 타자 개념에 대해 반발하며  카자흐스탄 작가들은 묻힌 목소리를 찾아내고 스스로의 관점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재현해냄 으로써 이분법적 사고에 대항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제는 작가와 작품의 정체성을 하나의 단어나 틀로 규정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이들을 둘러싼 환경이 다양해졌다. 또한 '동 시대성'이라는 주제 아래 기획할 수 있는 전시의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는 앞으로의 미술이 민족지학적인 이야기를 넘어선 어떠한 이야기와  형태를 담아낼지 더욱 기대되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진 로버트슨, 크레이그 맥다니엘, 테마 현대미술 노트, 두성북스, 2011., 전북도립미술관 《가운데땅 이야기 : Kazakhstan all the Time》 전시소개., 할 포스터, 실재의 귀환 『민족지학자로서의 미술가(Artist as Ethnograp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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