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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애 Aug 12. 2024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아름다운 색채들의 세상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페르메이르의 색채

요즘 레트로 무드를 타고 진주쥬얼리가 유행이다. 진주 귀걸이부터 목걸이, 반지에 이르기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진주의 뽀얀 우유빛 펄은 인물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그림 속, 앳된 소녀도 아름다운 진주귀걸이를 하고 있다. 오렌지빛을 품은 브라운 상의에 푸른 인디고 컬러의 터번을 두른 소녀가, 큼지막하게 반짝이는 진주귀걸이를 하고 우리를 응시한다. 얼마 전, 집 근처 도서관에서 열린 색채심리조향 수업에 참여해서인지 그림 속의 컬러가 내 눈에 들어온다.      

나의 색채

색채심리에서는 색채를 에너지로 본다. 우리 모두는 각자가 타고난 고유의 컬러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개인이 가진 컬러에너지는 인지컬러와 행동컬러 두가지가 있고 쉽게 말해서 속마음과 겉마음이라 할 수 있다. 속마음인 인지컬러는 씨앗으로 비유할 수 있는데, 내가 가진 내적 가치관으로써 세상을 해석하는 나만의 독특한 시각을 말한다. 겉마음인 행동컬러는 씨앗이 만들어내는 과육으로 직접 느껴지는 것, 보여지는 면을 말한다     

강사님이 수강생들의 색채에너지 결과를 알려주고 색에 대한 해석을 해주셨다. 나의 경우엔 인지컬러는 인디고색이고 행동컬러는 오렌지색이었다. 내 인지컬러인 인디고는, 속이 아주 깊어 애늙은이 같은 스타일로 말수가 적고 일을 많이 해서 일중독자이거나, 일을 안 하는 경우엔 취미 중독자라고 한다. 일 생각을 집에까지 끌고 들어오는 스타일로, 일을 잘하고 생김새가 깔끔하다. 지식의 저장고로 자기분야의 탑이 되고, 통찰력이 있어 상대의 마음을 캐치할 수 있으며 스스로 성찰을 잘 한다. 희생정신이 강해서 희생만 할 경우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생길 우려가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내 행동의 컬러인 오렌지는 유아의 에너지로, 활기있고 순수하고 천진난만하다. 바람과도 같으며 산만하고 흥미가 떨어지는 일은 좀처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심각한 걸 안 좋아하지 않으며, 규범과 만들어진 프레임에 들어가는 것을 불편해한다. 호기심이 많고 지식이 깊지 않지만 다방면에 걸쳐 있고, 공부를 하면 즐기면서 한다. 사교적이며 유머와 위트가 있다. 자유분방하고 자기 길은 알아서 찾아가지만 약한 에너지의 소유자다. 정리정돈을 잘 못하고 구속을 싫어한다.      

강사님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분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나는 모든 규칙, 규범 따위를 싫어한다. 오렌지 컬러의 성격이 가 잘 드러나지 않은 건 그 에너지가 약하기 때문이었다. 맏이 역할을 하며 부모님께 윽박지르기식 교육까지 받았으니 에너지가 약한 오렌지컬러의 성향이 잘 드러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자세한 설명들이 흥미롭고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인지컬러와 행동컬러의 결이 너무 다른 거 아니냐는 질문에, 강사님은 그래서 내적갈등이 많아 힘들꺼라고 하셨다. 수업을 들은 수강생 모두 수업이 끝났음에도 많은 질문을 하느라 자리를 뜨지 못했다. 우리 모두는 내외적으로 갈등이 많은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 내 의지가 아닌 부모의 의지로 세상에 나왔으나, 나의 힘으로는 생존할 수가 없다. 양육자라는 타인에 의지해 생존해야 했고, 스스로 살아갈 능력을 갖추기까지 타인으로부터 세상을 배웠다. 그 세상은 그들이 경험한 세상이었다. 그들 또한 완벽한 양육자이지 못했고, 그들 자체도 생존의 두려움으로, 불안감을 가진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은 소중한 자녀를 지키고 싶었고, 그 불안감으로 인해 자녀를 다그쳤을 것이다. 그들이 세상이었던 자녀는 위축됐다.      

우리의 색채

그래도 자녀를 지켜낸 양육자의 돌봄으로, 나는 생존했고 세상을 경험했다. 친구가 생겼고, 친구와 함께 즐거운 놀이를 하고, 공부하며 사회를 배웠다. 사회에 나가 일을 하고, 나의 생존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평생을 함께 할 친구가 되었다. 사랑스러운 아이를 낳았고, 그들의 세상이 되어 주었다. “까꿍” 나의 한마디에 까르르넘어가던 아기는, 이제 훌쩍 자라 더 이상 나의 한마디에 웃어주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말을 걸면 대답은 해주어 고맙다. 나의 인디고와 오렌지는 불같은 남편의 레드와 무던한 아들의 그린과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막내의 퍼플이 만나 무지개색을 만든다. 오늘도 우리 집엔 무지개가 뜬다.     

“태양은 태양이기에 떠오르는 것, 이유는 반드시 자신 안에 존재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와도 같지 않기에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사랑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 잘랄 아드딘 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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