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으나 좋으나 1달에 한번씩 만나야 하는 모임이 있다. 때로는 다행히 평화롭고 조용히 끝나기도 하고 때로는 요란시끌벅적하게 꽤 긴 시간을 끌다가 끝나는 모임이다. 구성원은 매월 조금씩 바뀐다. 어느 달에는 비교적 온순한 친구가 나오기도 하고 어느 달에는 예민하고 까칠한 데다가 괴팍하고 이기적이기 짝이 없는 친구가 나오기도 해서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며 한번씩 애를 먹이는 모임. 세상 모든 여성들이 사춘기부터 약 50대중반까지 매달 한번씩 만나는 그 친구와의 모임. 그것이다.
이번달 모임은 어제 시작되었다. 날이 더워지면서 불편함이 조금 늘었다. 평소 정기모임이 시작되면 약 2~3일간 나는 여느 여성과 비슷하게 평균 세가지의 증상을 동반한다. ① 몸이 붓는다. 특히 아랫배, 허벅지, 종아리, 그리고 아랫배 통증이 1~2일간 지속된다. ② 얼굴에 홍조가 생긴다. ③ 홍조가 생긴 얼굴 부위에 뾰루지가 생기며 간지럽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가지의 증상이 추가됐다. 물론 원하지 않았던 옵션이다. ④ 소화력이 매우 떨어지며 메스껍다. ⑤ 편두통이 생기며 어지럽고 머리가 무겁다.
처음 세가지는 어제 밤부터, 뒤의 두가지 옵션은 오늘 아침부터 시작됐다. 나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것들이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씻고 물을 좀 마신 후 편두통 약을 먹고 잠시 있다가 다시 잠들었다. 그래도 없어지지 않던 두통 증상은 점심에 조금 먹다 만 죽을 다 게워내고 난 오후 4~5시가 되어서야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오늘이 휴일이라 다행이다.
이번달은 매우 까칠하고 예민한 친구가 나온 셈이다. 이 친구는 내게 약 4~5주간 게으름 피우고 필라테스를 제대로 다니지 않았던 것, 수면 시간을 잘 지키지 않고 들쭉날쭉 잠든 것, 음식을 신경쓰지 않고 막 먹은 것 등에 대해 대차게 따져물었다. 한 달을 벼르고 벼르다 날을 잡고 온 듯하다. ‘내가 그냥 가진 않을 거야. 너를 대차게 혼내고 나갈 참이니 각오 좀 해두는 게 좋을 거야’ 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잘못 걸렸다. 따뜻한 차를 계속 마시며 어르고 달래는 중이다. 화가 풀렸는지 아닌지는 한 내일 정도까지 지켜봐야 알겠다. 다음달에는 좀 온순하고 부드러운 친구와 한 3~4시간정도 적당히 밀당하다 나머지 3~4일은 즐겁게 수다떨면서 부드럽게 굿바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람이나 몸이나 부드럽고 온화한 친구가 있으면 괴팍하고 까칠한 친구도 있다. 언제 어느 친구를 만날지는 인생의 퀴즈같은 것이지만 그래도 한 달간 내 몸을 좀 신경쓰고 살면 비교적 온화한 친구가 나오는 것 같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괴팍하든 온화하든 이 모임을 잊지 않고 정해진 기간에 늘 어떤 친구가 날 만나러 와 주는 것 아닌가. 때로 어떤 여성들은 제때 오지 않아서 기다리게 만드는 친구도, 아무 때나 찾아와서 당황하게 만드는 친구도 만나야 한다. 두 경우 모두 지속되면 병원에 가서 상태를 살펴야 한다. 다행히 내 친구들은 아직까지 그런 녀석은 없었다. 그러니 이 정도 까칠함에 그냥 고마워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