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여주는 글쓰기에 익숙해지자
나는 SNS 체질이 아니다. 가볍고 자유롭게 쓰라고 있는 인터넷 플랫폼에서도 이런 구조화된 글을 남기고 있다는 것이 그 방증이라고 봐도 좋겠다.
아무리 SNS라도, 한 번 글을 쓸 때에는 정성을 담아 제대로 된 글을 남기고 싶다는 것이 나의 뿌리깊은 성질이다.
그래서 SNS나 브런치에 쓸 글이라도 스마트폰으로 쓰지 않고, 원고를 작업할 때처럼 컴퓨터 워드 프로세서로 쓴 뒤 몇 번의 문장 교정을 거친다.
패스트 소사이어티(fast society)의 대표격인 SNS에는 맞지 않는 작업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한다면, 그 전에는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이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가치가 충분히 있는가?’를 먼저 고려한 뒤, 이 기준을 통과한 생각에 대해 ‘이 생각을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읽히고 마음에 적확하게 와닿는 문장으로 형상화할 수 있을까?’를 심사한다.
첫 번째 질문은 주로 책상에 앉아 있지 않을 때, 즉 일상생활에서 불현듯 판단되는 경우가 많고, 두 번째 질문은 앉아서 키보드를 연주하면서 해결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SNS나 브런치에 게재할 글을 쓰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편인데, 그럼에도 계속해보고자 하는 이유는 첫 출간작《여름빛 오사카와 교토 겨울빛 나가노》의 탄생과 관련이 있다.
처음에는 SNS를 통해 책을 홍보하는 것이 주된 목표였다. 출간작도 없고 하물며 SNS에서 유명하기는커녕 60명 남짓의 적은 팔로워를 보유한, 말 그대로 무명인 나를 오로지 원고만 믿고 작가로 만들기로 결정해 주신 출판사 대표님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책이 나온다면 나름대로라도 SNS 활동을 해서 책 판매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
출판 과정을 거치며 배운 점은, 작가와 출판사는 책을 매개로 한 공생 관계라는 것이다. 책이 잘 팔리면 내게만 좋은 게 아니라 출판사도 함께 이익을 얻는다. 따라서 나는 책을 많이 판매하는 것은 나를 믿어준 출판사에게 감사를 표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책을 읽고 나서, 내게 좋은 가르침을 준 작가의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궁금증을 품고 검색해도 인터넷에 정보가 거의 없는 작가들이 많았다. ‘이 이야기를 쓴 사람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데…’, ‘이 작가는 평소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이 떠올라도 답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 작품을 통해 작가를 알 수 있다고는 하지만, 작품을 좋아하게 된 독자로서는 작품의 뿌리, 즉 창작자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지는 법이다. 그 작가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만드는지, 인간적으로는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진다. 그러나 작가가 작품 외에 자신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그 호기심은 자연히 갈 곳을 잃고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책이 출간된다는 것은 누군가는 그 책을 읽어준다는 것이다. 나는 내 책을 읽어줄 사람이 어린 시절 내가 느꼈던 것과 같은 아쉬움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미지의 작가’로 남기보다, 독자들에게 ‘아, 이 작품을 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발견의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줄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