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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상목 박사 Jun 04. 2024

집권여당의 위기 해법

당내화합, 중도적 정책 그리고 세대교체

집권여당의 위기 해법: 당내화합, 중도적 정책 그리고 세대교체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전 국회의원
 
 

지난 5.10 총선에서 여당이 패하면서 국민의힘은 총선 패배 책임을 둘러싸고 계파 간 그리고 유망 대선주자 간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반면, 총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더 단단히 뭉쳐 여당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주면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해병대원 특검과 김건희 특검의 강행처리는 물론 총선공약인 민생회복기금 25만원 문제도 입법을 통해 정부의 예산권을 무력화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지금의 정치상황은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과거의 정치과정을 되돌아보면 위기상황에서 진보세력은 뭉치나, 보수세력은 오히려 분열함으로써 더 큰 어려움을 자초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1997년 대선에서 당내갈등은 이회창 대통령 후보가 공개적으로 김영삼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했고, 이는 결국 1997년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반면 김대중 후보는 반대파이며 보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김종필 총재와의 연합으로 대선승리를 얻어냈다. 또한 최순실 사건이 터지자 국회 다수의석을 갖고 있었던 여당은 분열하여 상당수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하였고, 이는 결국 2017년 대선 패배로 연결되었다. 반면,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제출되었을 때, 비록 당시 여소야대 상황에서 탄핵안이 가결되었지만, 민주당에서는 하나의 반란표도 나오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2021년 2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을 때 상원 표결과정에서 공화당 이탈표가 별로 없어 탄핵안은 부결되었다. 따라서 어려움에 처한 지금의 집권여당이 위기 극복을 위해 해야 하는 첫 번째 과제는 당내화합을 기반으로 단합하는 것이다. 

집권세력의 두 번째 위기해법은 중도층의 지지를 다시 확보하는 것이다. 지난 총선 결과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도층이 몰려 있는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국민의힘이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이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대체로 영남권과 강원권은 보수정당을 지지하고 호남권과 제주권은 진보정당을 선호하기 때문에, 선거의 승패는 수도권과 충청권에서의 민심에 의해 좌우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기 위해 취임 후 2년 내내 의도적으로 ‘우-클릭’의 정책노선을 견지하였다. 이에 더해, 안철수, 유승민, 이준석 등 당내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의 정치인들을 철저히 소외시켰다. 그리고 총선 과정에서도 중도층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정책공약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 결과는 중도층이 몰려 있는 수두권과 충청권에서의 여당 참패였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향후 정부와 당내 인사과정에서 중도적 정치철학을 가진 인사들을 중용함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도 무조건 ‘자유’만을 강조하는 이념적 행보를 가급적 축소하고 민생위주의 실용적 행보는 대폭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UN이 전세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중도적 정책노선의 국제적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관련 어젠다를 좀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건의한다. 이를 위해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무력화된 대통령 직속의 ‘’지속가능발전 국가위원회’를 조속히 재가동하여, 이를 중도적 성향 정책 개발 및 홍보의 교두보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다가오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인물이 당 대표로 선출됨으로써 ‘보수정당=늙은 정당’이라는 세간의 편견을 불식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21년 당 대표 선거에서 이준석이 당선됨으로써 국민의힘이 ‘젊은 정당’ 이미지를 갖게 되었는데, 그 후 이준석 대표가 출당됨으로써 다시 ‘꼰대 정당’ 이미지로 회귀하였다. 따라서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 국민적 지지도가 가장 높고 세대교체를 상징할 수 있는 한동훈 전 위원장이 당 대표로 선출됨과 동시에 여러 젊은 정치인들이 당과 국회에서 주요 보직을 맡게 된다면 국민들이 집권여당의 ‘세대교체’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적 지지가 높은 한동훈 대표 간 대화합이 필수요건인 바, 총선과정에서 발생한 두 사람 간 오해와 갈등이 조속히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전 위원장을 검찰 시절의 부하가 아니라 집권당을 대표하는 동료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고, 한동훈 전 위원장 역시 임기가 3년이나 남은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원만히 해야 다음 대선에서 집권당이 재집권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 총선 패배가 집권여당에게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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