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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돛이 없는 돛단배 Nov 09. 2024

오늘 주말의 작은 여유

오늘 주말은 오랜만에 마음이 가볍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업무와 피로 속에 숨도 제대로 못 쉬며 살다가, 드디어 큰 프로젝트 하나를 무사히 끝냈다. 잔뜩 굳어 있던 어깨와 꽉 막혀 있던 마음이 갑자기 탁 풀리는 느낌이다. 모처럼 찾아온 이 여유를 느끼며 집안을 둘러보니, 여기저기 손봐야 할 것들이 눈에 들어왔고 이렇게 기분이 상쾌할 때 대청소라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아파트에 들어왔을 때는 이곳이 내 집이라는 생각에 모든 게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새로 들인 가구와 바닥, 벽지 하나하나가 모두 눈에 들어왔고, 구석구석이 마치 내가 지켜야 할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매일같이 닦고 쓸며 정성껏 관리했다. 바닥에 먼지 하나라도 보이면 걸레를 들고 금세 닦아내고, 작은 얼룩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그때는 내 손길이 닿아야만 이곳이 온전한 나만의 공간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일상 속 피로가 쌓이고, 자잘한 일들이 점점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닦고 쓸던 습관도 하나둘씩 사라지고, 예전처럼 꼼꼼히 신경 쓰지 않게 된 지 꽤 오래다.


어머니도 이제 연세가 많이 드셔서 하루 대부분을 침대에서 보내신다. 예전처럼 집안을 꼼꼼하게 살피고 정리하시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조금만 움직이셔도 금세 지치시는 듯, 어머니가 머무신 자리마다 작은 흔적들이 남아 있다. 한때는 집안을 빈틈없이 돌보시던 분이셨는데, 이제는 그 자잘한 흔적들을 내가 하나씩 치워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어머니가 점점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에,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편이 먹먹해진다.


늘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가득한 날엔 집 안은커녕 내 마음 하나 정리하기도 힘들다. 머릿속은 해야 할 일들로 가득 차고, 몸과 마음은 짓눌린 듯 그저 버티기만 할 뿐이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다르다. 연말이 다가오면 다시 바빠질 게 뻔하지만, 오늘은 그런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기로 했다.


청소를 시작하며 음악을 크게 틀었다. 음악 소리가 온 집 안을 채우고 마음 구석구석에 파고들어 피로를 풀어주는 듯하다. 먼지를 하나하나 털고, 닦고, 정리할 때마다 묵었던 마음도 함께 정리되는 느낌이다.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듯 집 안이 말끔해지니, 맑아진 가을 공기 속에 따뜻함이 스며드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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