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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수은 Jun 02. 2024

브런치 작가가 될 줄 몰랐다.

하위 10% 고등학생, 브런치 작가가 되다

브런치에 글 써보는 건 어때?


 주변인의 권유를 받은 도 벌써 오래전이다. 다만, 원래도 에세이나 수필에는 연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웃으며 넘어가기 일쑤였다.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작가의 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도 거절에 큰 몫을 했다. 그때의 내게 브런치란 그저 작가들, 지망생들의 플랫폼이었으니 말이다. 멋지고 예쁜 글들이 가득할 텐데 내 글이 그곳에? 따위의 생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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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한참 동안 또래의 글들 중 내 글이 으뜸이라는 알량한 오만을 품고 살았다. 우물 안 개구리라고, 나는 그들 중 늘 최고였고 제일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그때의 난 비슷비슷하고 고만고만한 친구들 사이에서 왕 노릇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넘쳐날 세상에 내 글을 내던지거나 평가받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같잖은 자존심이다.


 덕분에 브런치는 몇 년간 잊힌 채였다. 나는 그동안 틈틈이 글을 쓰고, 썼다. 놀랍게도 나는 쓰는 것을 좋아함에도 읽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 별종이라, 여기저기서 보고 들은 단어와 문장을 짜깁기하는 것에 불과했다. 단어 사전을 찾아가며 유의어와 동의어를 찾아보고, 바꿔 끼우는 것의 반복이었다. 지금 떠올려보면 그럴듯해 보이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진심 따윈 한 푼도 담기지 않은, 텅 빈 문장들을 아름다운 단어들로 덕지덕지 꾸며 세상에 내보였다. 결과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예쁘고 멋진 단어들은 사람들의 눈을 매료시켰고, 괜찮은 반응들이 돌아왔다.


 그렇지만 나는 글쓰기를 오롯이 즐길 수 없었다. 내가 적어낸 글들은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닌, 그들이 읽고 싶은 글이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흔하디 흔한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고객의 니즈에 맞춰 찍어내는 양산형 글'이 아니었다. 나는 그제야 때 묵은 교만을 벗어던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브런치에 발을 들이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다름이 아니라, 그냥 브런치의 존재를 잊고 살았기 때문이다. 내가 주변인들의 제안을 거절한 뒤 누구도 내게 같은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을뿐더러, 나조차도 큰 관심이 없었기에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러다 최근, 우연한 기회로 브런치의 이름을 다시 들을 일이 생겼다. 오랜만에 듣는 이름에 흥미가 생겼고, 이번엔 시도해봐도 되겠다는 마음으로 신청서를 작성했다.


 솔직히, 한 번에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떨어져도 그러려니 하려는 마음이 더 컸다. 내가 신청서에서 어필한 것은 특별하긴커녕, 평범하거나 그 이하일 것이 분명했다.


고등학교 하위 10%.

 

 내가 가진 유일한 타이틀이다. 나는 학교를 그만두고 성공한 천재 과학자도, 자퇴 후 창업해 대단한 일을 해낸 사업가도, 텔레비전에 나오고픈 열정으로 성공한 연예인도 아니다. 그렇다면 미래에 대한 거창한 계획을 품고 있나? 글쎄, 아마 아닐 것이다.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곤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내 삶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따위의 것들 뿐이었다.


 이러한 글도 좋았던 것일까, 브런치는 내게 한 번에 합격이라는 답을 내주었다. 솔직히 얼떨떨한 마음도 크다. 아마 나는 대단한 글을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히 그럴 것이다. 나는 내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글을 써내지도, 남들이 겪기 힘든 일을 그려내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아름답고 예쁜 단어로 보기 좋은 글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닐 테지.


 그럼에도 나는 나의 생각을 나눌 수 있고, 여러분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이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답을, 브런치가 내게 해준 것은 아닐까. 마음이 따뜻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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