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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붕어만세 Jun 25. 2024

맥주 | 麥舟

아빠가 들려주는 사자.. 이자성어 이야기


보리(麥)를 가득 실은 배(舟). 살다 보면 누구나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다시 털고 일어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대로 주저앉기도 하죠. 이때 무너지는 건 큰 어려움을 겪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위로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송나라 때 재상 범중엄에게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범중엄은 아들을 시켜 500섬의 보리를 실어 오게 했는데, 아들은 어쩐 일인지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범중엄이 자초지종을 묻자, 큰 곤경에 처한 친구를 만나 보리를 싣고 오던 배(麥舟)를 그에게 주었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범중엄은 오직 아들의 선행을 칭찬할 뿐, 재물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다 지나 갈꺼야..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범중엄은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읜 탓에 많은 고생을 하며 자랐습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학문에 정진해 재상이 되었는데, 올곧은 원칙으로 다스리되 어려운 백성들을 잘 보살피는 재상으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어느 날, 범중엄은 고향에서 농사를 짓던 아들 범순인에게 500섬의 보리를 싣고 오게 했습니다. 그런데 올라온 아들을 보니 맨몸에 빈손입니다. 사연이 있으리라 짐작한 범중엄이 아들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물었습니다.


보리를 싣고 수양으로 오던 범순인은 단양에 이르러 친구인 석만경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석만경은 부모님과 아내를 한꺼번에 잃었는데, 형편이 어려워 장례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범순인이 배와 배와 실려있던 보리 전부를 내준 것이죠. 아들의 그릇 역시 자신 못지않다는 것을 알게 된 범중엄은 그저 아들의 선행을 칭찬해서 돌려보냈습니다. 아버지를 잘 보고 자란 범순인 역시 훗날, 관문전 태학사에 이르는 큰 벼슬에 올랐습니다.


부의(賻儀)는 상을 당한 집안에 돈이나 물품을 보내는 일을 말합니다. 조의(弔意)는 다른 사람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는 것을 말하죠. 어려움을 이겨 낼 수 있도록 서로 돕는 것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전통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떠난 보내는 일은 항상 어렵잖아요.









말표 맥주로 준비해 보았지요.


너는 참.. 사람이 묘한 쪽으로 한결 같구나..







어? 뚜와이스면 최신 가요 아니야?




덧) 재상 범중엄은 989년생. 술꾼으로 이름난 문인 석만경은 994년 생이니까, 5살 차이 나네요. 자기 친구를 도왔다는 게 아니라, 아버지 친구를 도왔습니다..라는 이야기인가 싶기도 합니다. 근데 뭐.. 서로 뜻이 잘 통하면 아버지뻘이랑도 친구 먹을 수 있죠 뭐... 술 친구가 나이 따진답니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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