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길에서 버스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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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다리가 아프거나 다른 이유로 버스를 타야 할 때,
버스 노선과 시간을 찾아 버스타기란 참 어렵다.
팜플로나, 로그로뇨, 부르고스, 레온 등 큰 도시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찻길이 겹치지 않는 순례길 위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는 버스는 물론 택시도 없다.
버스노선이 있는 좀 큰 마을에서도 드문드문한 버스시간에 맞춰 버스타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른 아침이나 오후 늦은 시간에 버스가 다니기 때문이다.
왼쪽 무릎 상태가 안좋아서 길을 걷다가
갑자기 버스를 타야 할 때가 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파파고 번역기를 돌려 어렵게 버스정류장과 버스시간을 알아내
가보면 전혀 아니올시다란 상황에 놓이곤 했다.
우리나라에서 잘되는 카카오맵이나 티맵을 생각하고 구글맵을 검색해봐도 그또한 꽝이었다.
시간이 안맞는 것은 예사이고, 아예 버스는 코빼기도 안보였다. 그때마다 아내의 지청구를 들을 수밖에.
왜 그런가 곰곰 생각해보니, 스페인도 우리나라 시골 상황과 비슷한 듯했다.
일단 시골에는 노인 인구뿐이고, 이들이 이동하는 곳은 마을 카페나 상점이지, 이웃마을을 다니려면 다들 자기 승용차를 이용하니,
버스가 굳이 자주 다닐 필요가 없어서 버스노선이 줄거나 폐쇄됐을 것이다.
택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는 카카오택시나 우버택시를 부르면 정확한 시간에 부르는 장소에 도착하지만, 스페인에서 통용되는 볼트나 우버 같은 앱도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같은 대도시나 가능하지, 시골마을에서는 먹통이다.
이용객이 전무한 시골마을에서 부를 사람도, 올 택시도 없기 때문이다.
버스비도, 큰 도시간에는 알사버스나 블라블라 버스 등등이 다니니,
Omio앱으로 승차권을 구입하고 큐알코드를 찍고 탈 수 있지만,
시골길에서 버스를 타면 현금을 운전기사에게 내고 탄다.
카페 커피값도 현금을 내고 동전을 거슬러 받았다.
스페인은 아직도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해서 신기했지만
늘 주머니 가득 동전이 묵지근했다.
그동안 시골마을에서 버스타기는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를 타면,
까미노길에서는 아예 볼 수 없는 스페인 시골마을의 오래된 집과,
구비구비 골목들을 완행버스 차창밖으로 구경하는 또다른 재미가 있어서 좋았다..
라고 마음을 위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