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해랑 Nov 01. 2024

#1-6. '플롯'이라는 것

이야기중독자로서 욕망이 꿈틀댄다




나는 정말 얕게 알았다. '인물-사건-배경' 그리고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이것만 알면 초등학교 국어의 지문은 아이들에게 다 설명이 된다. 이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한 지문에서 주인공 그리고 그 주변인물을 찾으면 되고, 시간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을 찾을 수 있고, 그 배경과 인물이 이끌어가는 사건에 집중하면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은 보통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로 칸을 나누어 곡선을 그려 이해하고 끝난다. 그런데 올해 국어 교과서를 아이들과 공부하다가 이런 발단,전개,절정,위기,결말로 확연히 구분되지 않는 글(내 기준에)을 보았고 이를 설명하며 이해시키느라 조금 고생했다.(내가 이해가 안 가니 아이들을 설득시킬 수 없었던 거지.) 그렇게 찜찜하게 넘어갔었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았다. 모든 이야기에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글도 그랬던 거다.






소설의 3요소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나는 3개라는 것에 꽂혀 '인물-사건-배경'을 떠올렸을거다. 내가 국어 지문에서 아이들과 주로 이야기하는 3요소는 인물,사건,배경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이건 소설구성의 3요소라고 한다. 그렇다면 진짜 소설의 3요소는 무엇인가? 바로 주제(테마), 구성(플롯), 문체(스타일)이다. 주제는 소설을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사상이나 세계관, 가치관 같은 것. 구성은 소설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뼈대, 문체는 본인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스타일 요소라고.


앞서 발행한 글에서 내가 찾고자 했던,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고 했던 핵심질문이 바로 소설의 3요소 중 '주제(테마)'와 관련이 있는 것이고, 내가 찜찜하다 생각했던 그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 '구성(플롯)'과 관련있는 것이고, 또 나의 문장스타일 내가 추구하는 문장의 모습이 문체(스타일)인 것이다.






나는 여기서 오늘 '플롯'이라는 것에 꽂혔다. 플롯은 구성, 즉 작가가 이야기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독자에게 들려주는 방식이다. 앞서 말한 5개의 단계를 거치는 것이 사실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플롯이지만 요즘은 이를 따르지 않는 독특한 구성도 굉장히 많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주제)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꼭 시간 순서대로 인과대로 이야기를 흘려보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읽은 조남주 작가님의 <네가 되어줄게>에서는 과거(1993년)의 엄마 수일의 몸에 들어간 딸 윤슬이와 현재(2023년)의 딸 윤슬이의 몸에 들어간 엄마 수일의 이야기를 교차로 보여주며 소설을 이끌어 나간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 나이대의 엄마와 딸이 있는 다른 집과 다를 바 없는, 모녀 간 살짝의 갈등이 있는 일상(발단)에 갑자기 엄마 수일이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어찌저찌 영혼이 튕겨나가 딸 윤슬이에게 들어간다. 그리고 그렇게 밀려버린 딸 윤슬은 30년 전 과거의 엄마 수일의 몸으로 타임슬립해버린다.(전개) 딱히 위기는 없다. 그냥 몸이 바뀐 채로 언제 돌아갈 지 알 수 없는 상태로 그렇게 일주일을 살아간다.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내용으로. 위기와 절정이라면 언제 제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걱정이 심화되는 정도랄까? 그러다 일주일 째 되는 날 나름의 돌아가는 방법을 찾아 시도하는 것이 절정이었을까? 그렇게 어찌 됐든 그 노력이 성공하여 제 자리로 돌아왔고 엄마와 딸은 비밀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다시 여느 집과 다를 바 없이 투닥투닥 사소하게 부딪치며 엄마와 딸의 일상으로 돌아온다.(결말)


전형적인 플롯을 바탕으로 1993년과 2023년을 교차로 보여주는 독특한 플롯을 찾아볼 수 있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전개방식이 독특해서 참 재미있게 읽었다. 이렇게 플롯이 중요하다.






어제 핵심질문을 찾는 연습을 하고 내 글의 핵심질문을 만들겠다며 세 개의 이야기(동화, 청소년 소설)를 선택했더랬다. 핵심질문만 찾아볼까 했는데 이 이야기들의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또 추가로 생각해보았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작가님의 핵심질문, 작가님이 의도한 전개방식을 설명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여름이 반짝> 김수빈


* (내가 찾은) 핵심질문 : 린아, 사월, 지호는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한 유하의 목걸이를 찾아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을까?

* (내가 생각하는) 플롯 : 시간 순, 인과 순의 일반적인 전개방식. 하지만 판타지 요소(비눗방울을 불면 죽은 친구가 그 속에서 존재하게 되어 대화를 한다)가 그 일반적인 전개방식을 진부하지 않게 한다.



<너도 하늘말나리야> 이금이


* (내가 찾은) 핵심질문 : 미르, 소희, 바우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한 동네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 (내가 생각하는) 플롯 : 시간의 흐름(1년)을 기본으로 하되, 각각의 아이들을 한 챕터씩 나누어 3명의 인물 모두에게 한 번씩 조명을 비추어 준다. 미르로 시작해 소희를 거쳐 바우로 이어진 후, 마지막엔 세 아이의 성장을 모아 함께 마무리 한다. 각각의 아이들에게 집중할 때는 그 아이들의 과거도 한 번씩 짚어주며 그 인물을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열 다섯에 곰이라니> 추정경


* (내가 찾은) 핵심질문 : 그래서 왜 아이들이 동물화가 되는거야? 돌아오긴 하는거야?

* (내가 생각하는) 플롯 : 동물화(사춘기의 발현이 동물이 된다는 기발한 소재)가 되는 아이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하나씩 풀어낸다. 초반부에 각각의 단편처럼 느껴지던 이야기는 읽다보면 아이들의 생활공간 또는 그 공간에서 새롭게 만나는 인물들로 점점 확장되는데 이 관계는 절묘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이야기들인가. 요새 자칭 '이야기 중독자'라며 나도 한 번 써 보겠다며 이렇게 무모한 시작을 했는데, 다시 또 살짝 주눅이 든다. 내가 지금 무작정 일단 쓰면서 다듬고자 하는 나의 동화는 어떤 핵심질문, 어떤 전개방식을 선택할 것인가도 생각해 가며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하. 나의 이야기의 핵심질문은 이것이다. "그래서 6학년 어린이 주인공 너님. 마음 잘 다스려서 중학교 입학 잘 할 수 있겠니?" 이다. 내 동화를 읽게 될 독자가 이 핵심질문의 답을 궁금해하며 읽길. 이 질문의 답이 이야기의 끝에 결국 나올 것인지 궁금해하며 끝까지 읽어갈 수 있게 적절한 플롯을 찾는 것이 나의 숙제가 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