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야기는 언제 쓰지
동화는 멈추었다. 하지만 노트는 다행히 멈추지 않았다. 내 가장 친한 친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아간 듯 한데, 그 친구를 알고 나니 그 친구의 친구들도 알고 싶고, 그 친구의 엄마 아빠도 알고 싶어졌다. 내 친구 이름은 일단 소하인데(이름은 개명시킬지도 몰라, 너의 사주를 아직 안봤거든, 큭큭. 개명의 이유는 다양하잖아?) 소하 친구들은 어떤 친구들인지 왜 소하랑 친구를 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한 동네에 오래 살아 어린이집부터 친구인 희인이는 내가 잠깐 전학을 다녀온 사이 연우와 서진이라는 친구를 사귀었다. 그 친구들과 소하는 한 무리가 되었고, 활발한 희인이 덕에 우리 무리와 친한 지후와 유훈이라는 남학생들도 소하와 꽤 가까이 지내고 있다.
그래, 소하는 잠시 다른 지방도시로 전학을 다녀왔다. 외할머니 집에 잠시 살았었다. 왜냐면 엄마의 유학 때문에. 엄마는 왜 유학을 갔지? 엄마는 무슨 일을 하길래? 그럼 아빠는, 왜 아빠랑 살 수도 있었는데 외할머니 집까지 간거지? 소하를 주인공으로 하는 한 편의 동화를 만드려고 하니 만들어내야 하는 세계가 너무나 컸다. 대충 쓰고 싶지 않았다. 내가 설득이 되어야 읽는 사람도 설득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동화는 멈추었다.
그리고 소하가 일상에서 마주한 갈등. 이야기의 시작. 그 사건이 발생하기 전의 일정들도 타임라인이 필요할 것 같았다. 맞닥뜨린 사건부터가 이야기에 직접적으로 글로 표현될테지만 그 사건도 하나의 점처럼 솟아일어난 것이 아니다. 사건이 일어날 겨울 전에 소하의 6학년 생활, 1년이 쌓이고 쌓였을 것이다. 소하는 몰랐겠지만. 그런 월별, 학기별 일정도 정리가 필요했다.
생각할 것들이 많았네. 역시 창작은 위대한 일이었다. 작가님들 존경합니다. 나도 존경(?)받고 싶습니다.
지금 내가 노트에 악필로 휘갈겨 쓰고 있는 이 내용들은 책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것들이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 탄탄하게 설정되어야 하는 것들이다. 이 설정들이 탄탄하게 다져지고 나면 이 설정들에서 또 하나의 목차가 탄생할 수도 있겠지. 그게 친절한 작가가 독자에게 이야기해주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라면 말이다.
동화는 7페이지에서 멈추었다. 마냥 멈추어둘 수는 없는 노릇인데. 뒷 이야기를 다져가면서 앞 이야기도 계속 써야겠다고 공언해본다. '우당탕 동화작가 도전기'인데 동화를 안 쓰고 있으면 쓰나. 11월이 가기 전에, 20페이지. 또는 소이야기(목차)를 5개 이상 완성해놓겠다고 공언해본다. 일단 던진다. 나는 무모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