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전에 없던 유모차가 아닌 개모차가 생겼다. 또리가 13살이나 되었으니 산책을 하자면 필수품이 되었다. 전에는 식구들이 문을 열기 전부터 또리는 꼬리를 흔들며 반겼었다. 그런데 이제는
"또리야, 우리 또리 어디 있니?"
하고 불러줘야 꼬리를 흔들며 귀를 쫑긋 거리며 나온다. 또리는 딸아이와 출근을 하기도 하는데, 애견 미용실 이름이 '또 &코'다. 두 대표가 일하는데 또리와 코코의 첫 글자로 이름을 지었다. 또리가 가끔 출근을 해서 미용실 지킴이를 한다.
할매 이름은 복순이다. 할매는 주간보호센터에 다녀와서 침대에 누워있거나 소파에서 졸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센터에 다니면서 유치원 아이처럼 피곤한지 깊은 잠을 잔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했던 말들이 기억난다.
“내가 살아서 뭐 하니? 너희에게 짐만 될 뿐인데”
요즘은 그런 소리를 하지 않는 걸 보면 센터에서 즐거운 모양이다.
“할매! 다녀왔어요”
인사를 하면 그제야 눈을 뜨고 반긴다. 깨어있는 시간보다 잠자는 시간이 많아지고, 벗삼았던 TV는 혼자 놀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직은 틀니를 손수 끼고 밥도 먹을 수 있고, 센터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준비하고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직은 복순할매가 뒤뚱거리며 또리할배의 유모차를 밀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아름다운 동행을 내년 봄에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