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이 인정하는 기준에서 벗어나 나를 찾다
나는 7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에게 그림은 단순한 취미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나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과정이었고, 나만의 세상을 창조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순수했던 나의 그림은 점차 무거운 질문들로 변해갔다. '내가 정말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마음 깊숙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내가 그린 그림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순수하게 나만의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점차 불안과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그때 나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빨리 인정받고 싶다는 열망에 가득 차 있었다. 이런 마음이 생긴 이유는 아마도 나의 부모님이 내게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님은 항상 나에게 큰 기대를 가지고 계셨고,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부모님은 나의 재능을 인정해주셨지만, 동시에 나는 그 재능이 정말로 가치 있는 것인지 스스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나와 캔버스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와 연습을 통해 완성되는 일종의 수행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그림은 매일의 훈련과 노력의 결과였다. 그러나 그 과정이 점점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런 의심이 쌓이면서 나는 상업 예술로 방향을 돌리게 되었다. 그저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좋았기 때문이다. 위대한 예술가가 되겠다는 꿈보다는, 그리기 자체가 좋았고, 그 결과물이 예쁘고 의미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나는 그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빨리 받고 싶었다. 그래서 상업 예술을 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의 그림은 점점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었다. 나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는 디자인이 되어갔다. 내가 진정으로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 결과, 예술의 순수함은 자연스럽게 잃어갔다.
내가 그리던 종이는 이제 사람의 얼굴로 바뀌었고, 나는 메이크업과 뷰티 아티스트로서의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누군가의 얼굴에 아름다움과 스타일을 더해주는 일, 그 자체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새로운 길에서도 나는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다. 한국이라는 틀 안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그 모든 역경을 헤쳐 나가면서 느낀 기쁨은 나를 더욱 집착하게 만들었다. 화려하고 멋진 것이 기준이 되었고, 그것이 돈이 되었으며, 그것이 마치 나의 꿈인 것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진짜 나의 꿈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어느 날, 나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었고 결국 '암'이라는 병에 걸리게 되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직업은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것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촬영과 불규칙한 일정에 맞춰가야 했고, 이러한 불규칙한 환경 속에서 신체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깨달았다. 나에게도 신체적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암에 걸리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장 슬펐던 것은, 내 노력의 대가가 암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열심히 일한 대가가 어떻게 암일 수 있는지, 나는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그러나 잠시 후, 나는 그 결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결과는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원인을 외부에서 찾기보다는 내면에서 찾으려 했고, 그 원인은 나 자신 안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암과 싸우면서 그 원인을 탐구하던 중, 나는 명상을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명상이 종교적이고 영적인 것을 얻기 위한 고차원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명상을 통해 나는 자신을 이해하고, 현재를 깨닫는 치유의 과정을 겪게 되었다. 명상을 통해 나는 진정한 내면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특히 젊은 시절,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려온 내가 마주한 가장 큰 어려움은, 그 꿈의 완성이 타인의 인정으로부터 온다는 부담감이었다. 이 부담감은 나를 끊임없이 압박했고, 나 자신을 소진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나는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살아왔지만, 이제야 깨달았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타인의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진정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길은 타인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 자신에게서 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가진 내면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그것을 채우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면, 삶은 더 다양해질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이 깨달음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내 삶의 이야기를 통해, 명상을 통해, 그리고 예술을 통해, 다른 이들이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고, 부족함을 채워가며 더욱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