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어린이집을 다녔던 아이친구의 엄마가, 어떤 정보를 공유해 주겠다며 인스타 링크를 보내온 적이 있다. 그 정보란게 궁금했던 나는 그 링크를 당장에 클릭했고, 나는 그렇게 그 엄마의 인스타계정을 만나게 되었다.
전체 공개되어 있는 피드를 살짝 내려보았다. 내 아이의 얼굴이 떡하니, 몇 장이나 보이더라. 얼마 전 키카에서 찍은 사진에는, 심지어 그날 그곳에 있던 수많은 다른 아이들의 얼굴도 그대로 다 노출되어 있었다. 피드를 조금 더 내리니 우리 집에 놀러 온 날 우리 집 사진을 찍어 올린 것도 있었다. 찐빵이네 집이 잘 꾸며져 있고, 곧 이사 가서 아쉽다는 멘트와 함께.
나도 올리지 않는 내 아이 사진과 정보를 타인이 전체공개해 놓다니 진심으로 상상조차 못 해본 일이었다.
아이가 미성년자여서 대부분의 결정은 부모인 내가 대신할 권리를 갖고 있지만, 이건 초상권과 사생활의 영역이기 때문에 내가 아이의 SNS 노출을 결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 어린 아이라 범죄에 노출될 수도 있고, 나중에 아이가 컸을 때 이 사진과 글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내 아이가 어디에 갔었는지 뭘 먹었는지 뭘 샀는지 세상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다.
남의 아이 얼굴을 동의도 구하지 않고 개인계정에 올리는 건 좀 예의가 없는 것 아닐까. 비공개계정이어도 그렇지만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계정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물론 팔로우 수가 딱히 많지는 않았다.) 그날 그 엄마가 인스타에 나온 정보를 공유해주지 않았다면 난 평생 내 아이의 사진이 어디엔가 게시되고 있다는 걸 몰랐을 텐데,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알게 되어 다행인 것 같기도 같다.
그간 내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그 엄마는 아마 별생각 없이 귀여운 사진을 올렸을 뿐이라고 할 것 같다. 당연히 그 어떠한 의도도 없었을 것이고. 그러면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해야 할까. 여러 가지 방법을 고심해 봤지만 그냥 담백하고 직설적으로 분명히 내 의사를 전하는 것이 낫겠다고 결정했다.
북유럽의 어느 나라는 청소년들의 SNS사용을 막기 위해 애초에 학교에서 폰을 소지하지 못하게 하려고 법까지 만들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남의 아이 사진을 마음대로 온라인상에 게시하는 것, 정말로, 성숙한 행위가 아니라는 말에 반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너무 당연하게 일상처럼 사용하는 SNS가 나도 모르는 새에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