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을 위한 동화
지민이의 유튜브 채널 '지민이의 교실 일기'는 날이 갈수록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갔다. 처음에는 학교 친구들의 반응을 궁금해 하던 사람들이 주된 시청자였지만, 이제는 전국의 학생, 학부모, 교육 전문가들이 열광하는 채널이 되었다.
"와, 요즘 학교 분위기가 이렇구나."
"아이들의 솔직한 모습이 너무 귀엽네요."
"이런 영상으로 우리 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볼 수 있어 좋아요."
댓글은 끊임없이 달렸고, 구독자 수는 날마다 급증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민이는 여러 방송국의 러브콜을 받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놀면 뭐하니?' 스튜디오에 찾아온 특별한 손님, 요즘 초등학교를 가장 잘 아는 유튜버 지민이입니다!"
유재석의 소개로 지민이가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했다.
"지민아, 너의 영상을 보면 우리 어른들이 모르는 학교의 비밀이 많이 있더라.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유재석이 물었다.
지민이는 긴장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사실 학교에는 어른들이 모르는 작은 세계가 있어요. 예를 들면..."
카메라 앞에서는 밝게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불안했다.
'이렇게 말해도 되는 걸까? 친구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방송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지민이를 엄마가 반겼다.
"우리 아들, 정말 잘했어! 근데 PD님이 전화하셨는데, 새로 시작하는 '학교야 놀자' 라는 프로그램 진행자로 너를 추천하셨대. 어때, 해볼래?"
지민이는 망설였다.
"엄마, 근데 저 이제 좀 쉬고 싶어요..."
엄마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민아, 지금이 중요한 때야. 이럴 때 열심히 해야 나중에 좋은 기회가 더 와. 알지? 그리고 우리 가족을 위해서 돈도 벌어야 하잖아."
지민이는 무거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지민이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지민이가 왜 안 왔지?"
하율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서하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어제 TV에서 봤는데 오늘 안 나왔네."
점심시간, 아이들은 지민이의 불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혹시 지민이 집에 가볼까?"
하율이가 제안했다.
"근데 지민이 집주소 아는 사람 있어?"
서하가 물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다 준우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제가 알아요. 전에 지민이랑 같이 학원 다녀서..."
방과 후, 하율이, 서하, 준우를 포함한 몇몇 아이들이 지민이 집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준우의 기억은 그리 정확하지 않았다.
"어... 이 근처인 것 같은데..."
준우가 머쓱하게 말했다.
두 시간째 찾아 헤매던 아이들은 지쳐갔다.
"아, 목말라."
하율이가 한숨을 쉬었다.
서하가 웃으며 말했다.
"저기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사먹을까? 잠깐 쉬어가자."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래도 오늘 이렇게 다 같이 나온 게 오랜만이야."
민지가 말했다.
"맞아, 지민이 덕분에 우리가 더 가까워진 것 같아."
준우가 동의했다.
해가 저물어갈 때까지 아이들은 지민이의 집을 찾지 못했다.
"이제 그만 돌아가야 할 것 같아."
서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때, 근처 놀이터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혼자 그네에 앉아있는 지민이였다.
아이들은 놀라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지민이는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그네를 타고 있었다.
서하가 조용히 말했다.
"오늘은... 그냥 돌아가는 게 어떨까? 지민이도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아이들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지만, 모두의 마음에는 지민이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다.
한편, 지민이는 그네에 앉아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다.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했어. 나는 방송 때문에 학교에 못 간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냥 쉬고 싶었을 뿐이야. 이렇게 유명해지는 게 정말 내가 원하던 걸까?'
집으로 돌아온 지민이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새로운 방송 스케줄이었다.
"지민아, 내일은 '꿈나무 토크쇼'에 출연하기로 했어. 거기서 잘하면 정기 고정도 가능하대!"
엄마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지민이는 한숨을 쉬었다.
"엄마... 저 좀 쉬면 안 돼요? 학교도 가고 싶고, 친구들이랑 놀고 싶어요."
"지민아,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고 했잖아. 조금만 더 힘내자. 네가 벌어오는 돈으로 우리 가족이 얼마나 편해졌는지 알지?"
지민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서는 갈등이 더욱 깊어져 갔다.
'이게 정말 맞는 걸까? 나는 그저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그날 밤, 지민이의 꿈에는 학교 친구들과 뛰어노는 모습이 가득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카메라 앞에서의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