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무슨 일 하는 거지?
“시집이나 책은 일부러 구매해서 봐야 하지만 방송은 손가락만 까딱 움직이면 언제든지 볼 수 있어요. 요즘은 TV까지 켤 필요도 없어요.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면서 원하는 부분만 쏙쏙 빼서 볼 수 있는 숏폼 덕분에 더 보기 편해졌어요.”
방송은 우리에게 친근하고, 친근한 만큼 또 호기심이 가는 직업이 바로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에는 누가 있을까? 시나 소설은 거의 혼자서 작품을 내지만 방송은 한 편을 만들려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 PD, 작가, 편집자, 음악감독, 출연자 등....
사실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생기고 방송작가가 직접 방송에 출연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방송작가’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것 같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방송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방송이 전파를 타면서부터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보면 ‘백종원’ 님이 출연하는 코너에서 작가가 직접 시식에 참여하잖아요. 셀럽과 직접 얘기도 하고 작가가 하는 일이 재미있어 보여요.”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면 작가가 앞에 앉아서 스케치북을 들고 있는 장면이 보여요. 연예인들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방송작가가 연예인들이 하는 말을 직접 써 주나요?”
모두 맞는 말이다. 방송작가는 쉽게 말해서 방송을 기획하고, 전체를 구성하고, 출연자들을 섭외하고, 출연자들이 나와서 할 것에 대한 상황을 설정한다. 더불어서 출연자들이 하는 말을 작성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모두 담아서 최종적으로 대본을 만드는 것이 작가의 일이다.
시인이나 소설가가 책을 만드는 것처럼 작가도 전체 스텝들이 볼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대본을 작성한다. 구성, 섭외 등은 피디와 함께하기도 하지만 대본은 오롯이 작가의 몫이다.
대본을 작성하고 나면 그것을 토대로 출연자들과 녹화를 하거나 생방송을 진행하는데, 작가가 직접 방송 녹화 현장에 가서 출연자들과 소통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바뀐 상황에 대해 대처도 하고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도 낸다.
작가들이 녹화장에서 스케치북을 들고 글을 쓰는 건 대체로 녹화가 진행되는 도중에 출연자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보통 작가가 출연자를 일대일로 맡아서 케어하는 경우가 많다. 출연자마다 담당 작가가 있는 셈이다.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방송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시스템으로 생각하면 된다.
녹화가 끝났다고 방송작가의 역할은 끝나지는 않는다. 녹화가 마무리되면 피디나 편집 기사가 녹화분에 대한 편집을 시작한다. 이것부터 ‘후반 작업’이라고 부른다. 이때 작가는 편집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편집 콘티를 짜주기도 한다. 시청자들에게 방송을 보여주기 전까지 PD와 긴밀하게 의논하면서 함께 후반 작업을 진행하는 게 바로 방송작가이다.
방송프로그램 한 편 만드는 걸 집 짓는 일에 비유하면 대략 이렇지 않을까.
적당한 땅을 사들이고, 어떤 집을 지을지 도면을 그리고, 골조를 올리고, 시멘트로 벽을 세우는 일이 1차 녹화까지라고 볼 수 있다. 그 후 예쁜 가구들을 놓고 실내 인테리어를 하는 것이 바로 방송에서는 2차 후반 작업이다. 어떤 집을 지을지 구상하고 도면을 그리는 일부터, 집이 완성돼서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예쁘게 꾸미는 후반 작업도 바로 방송작가가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