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는 마치 먼지 쌓인 골동품 가게에서 보석을 찾는 행위와 유사하다.
수많은 오래된 물건 중에 진짜 가치를 가진 물건을 찾아내는 것이고, 그 진가가 세상에 드러나기를 기다리는 방식이다.
가치투자는 기업의 내재가치가 시장에서 과소평가되어 있다고 판단될 때, 이를 싸게 매수한 후 시간이 흐르며 시장이 그 가치를 인정해줄 것을 기대하는 전략이다.
문제는, 그 가치가 언제 드러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쉽게 비유하면, 골동품 전문가는 먼지가 쌓인 수많은 골동품 사이 속에서 보물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아마추어는 무엇이 골동품인지, 보물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
괜히 골동품 상인 앞에서 아는 척하다가, 떨이 물건이나 오래된 고물을 사게 될 위험이 큰 것이다.
심지어 시장은 그 기업의 ‘가치’ 자체를 끝내 알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 장기간 주가가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더 하락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해당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된 이유가 단순히 시장의 오해가 아니라, 실적 악화나 경쟁력 상실이라는 근본적 문제라면 가치투자는 실패로 끝난다.
장기간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이 결과적으로 손실을 입은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반면 추세추종은 명품 리셀러에 가깝다.
이미 사람들이 몰리는 샤넬백, 나이키 한정판 같은 인기 있는 물건을 사서 수요가 최고조일 때 되파는 전략이다.
이 방법은 이미 시장에서의 수요가 탄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매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공확률이 높다.
즉, 주식으로 따지면 지금 시장에서 뜨는 종목에 올라타고, 수요가 지속될 동안 함께 수익을 실현하는 방식이다.
이 전략은 ‘싸게 사서 오래 기다리기’가 아니라, ‘잘 나가는 걸 사서 더 비쌀 때 파는’ 접근이다.
주가가 오르기 시작할 때 진입해, 상승이 끝날 때까지 끌고 가는 것이 추세추종의 핵심이다.
추세추종은 몇 가지 강점을 가진다.
첫째, 시장의 심리를 반영하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유리하다.사람들의 돈은 인기가 있는 자산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둘째, 매수와 매도 시점이 명확하며, 손절 기준이 있기 때문에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셋째, 손실은 작게, 수익은 길게 가져가는 구조로 설계할 수 있다. 이는 트레이딩 수익률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
물론 가치투자에도 장점은 있다. 시간이 충분하고, 기업에 대한 깊은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정보력이 있다면, 가치투자는 분명한 무기가 된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에게는 그런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다. 경영진과의 면담, IR 자료 분석, 업황 조사 등을 기반으로 한 판단은 말처럼 쉽지 않다.
오히려 '싸다'는 이유만으로 진입했다가, 자금이 묶이고 기회비용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장은 가치를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시장은 '인기'와 '심리'를 기준으로 돈을 움직인다. 그렇기에 가치가 아닌 추세를 따르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투자의 본질은 확률 싸움이다. 추세추종은 확률적으로 유리한 조건에서 진입하고, 불리한 조건에서는 빠르게 이탈할 수 있다. 그 유연함과 단기 수익 실현 가능성은 장기적 가치투자보다 개인 투자자에게 더 실용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