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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tter container Jun 22. 2024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김상욱

원자에서 인간까지

"하늘, 바람, 별, 그리고 인간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었다"


들어가는 말 첫 줄에 나온 윗글은 이 책에 대한 소개 조금 더 나가면, 이 책의 전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궁금함과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로 또한 그 너머 자신이 이해한 세계에 대해 쓴 책이라는 것을....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무생물 부분과 생물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앞부분은 모든 물질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자로 시작해서 별, 행성, 우주, 거의 모든 물질을 다룬다. 그런 다음, 생명과 인간에 대해 다루고 있다. 딸이 읽게 되면서 나도 우연찮게 읽게 되었지만, 고등학교 수준의 과학적 지식이 있으면 훨씬 더 잘 이해되고 재밌게 공부할 수 있겠다 싶었지만, 과학공부와 담을 쌓은 지 근 35년이 넘어서 그런지 과학적 원리 부분에서는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느낌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지루해 다 읽기에 급급했다.  


읽으면서 느낀 것은... 모든 것의 근원에 대해 이론적인 설명을 차분하고 쉽게 설명해 주지만, 어찌 세상이 이론적으로 이해가 된다고 해서 이해가 되겠는가? 사과를 안다는 것이 사과가 어떤 물질로 이루어졌고, 외양과 맛 그 모든 것을 낱낱이 안다고 해서 '사과'를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듯이  말이다. 


그런 점에서 실재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구차하고 답답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닌지? 마음을 설명하고 나면 벌써 마음이 아닌 것처럼, 생명도 인간도 말하고 설명하고 나면 벌써 그 존재의미가 퇴색되고 날아가버리는 것처럼! 설명하려고 한 순간부터 벌써 한계에 갇히게 되고 그 의미가 퇴색되어 버리니.... 그러므로 이 세상에는 여전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진리가 있음으로 세상은 궁금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이론적 내용보다 나는 저자의 "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궁금함과 호기심"에 자꾸 눈길이 간다. 언제부턴가 세상 것들에 대한 궁금함과 호기심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배움이란? 아니 즐거움이란? 바로 이런 궁금함과 호기심에서 시작되어야, 길고 지루한 앎의 세계를 뚜벅뚜벅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궁금함과 호기심을 없다면, 아니, 더 나아가 우리 인간과 AI와 다른 점이 무엇이겠는가? 


이 책을 다 읽고 난 며칠 후, 이혼소송으로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노소영 관장의 "교육 목적"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찮게 인터넷 신문기사로 읽었다. 노 관장이 서울대생들과 지방대생들을 강의하면서 느끼는 것으로, 서울대생들보다 지방대 생들이 훨씬 진솔하고 정곡을 찌르는 질문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챗GPT 등의 인공지능이 서울대 학부생들의 지능보다 훨씬 넘어서는 가운데 교육의 목적 자체를 재고해야 할 때'라고 언급한 것이다. 


갑자기 노관장의 입에서 교육의 목적에 대한 이야기를 언론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 뭔가 이상하고 부자연스럽지만,  누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든,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의 목적에 대한 관점에는 동의한다.  물론 이 이야기가 갑자기 노관장이 처음 한 말도 아니고 늘 듣던 말이지만....   


'정체성'이란 자신만의 고유한 의미를 찾는 것으로, 모든 사람은 똑같은 구성물질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모두 다 다른 것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체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이 책에서 나온 창발의 개념과 어쩌면 통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창발은 수소와 산소가 결합하여 전혀 새로운 물질 '물'이 생겨난 것처럼, 하나의 물질과 하나의 물질이 결합하여 원래의 물질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새로운 물질이 생겨나는 것이다. 원래의 물질에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새로운 물질을 탄생케 하는 창발!! 그것은 바로 사람마다 똑같은 구성물질로 이뤄졌지만,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사건들과 이야기들 속에 자신이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다루었는가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고 새로운 정체성을 가꾸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김상욱 교수가 과학자로서 이해한 세상과 그 세상 안에서 '의미와 존재'를 치열하게 찾아가는 것처럼 나도 내 인생의 가장 큰 호기심과 궁금함으로 나만의 길에서 써 내려간 책 한 권을 남기면 참으로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나는 어떤 점에서 궁금함과 호기심이 있나? 

물론, 나는 사람의 '마음'에 관심이 많다. 눈에 보이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마음에 대한 궁금함과 호기심은 어려서부터 있었고, 현재도 이 관심으로 사람들과 마음의 이야기를 나누는 직업을 갖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어 퇴근 후에 책을 읽기도 하고, 주말에는 이렇게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러니, 나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나의 이야기 책이 나오길 바래본다. 



김상욱 교수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이 책을 구상할 때, 혹시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이 책을 참고하지 않았나 싶다. 왜냐하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에서 처럼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도 원자에 대해 , 인간에 대해, 더아가 세계에 대해 다루고 있고 말하고자 하는 내용도 어떤 점에서 매우 비슷한 점이 있어 보인다. 추후에 이 두책을 서로 비교하는 것도 나름 의미 있을 것 같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루크레티우스가 기원전 98~기원전 55년에 에피쿠로스학파의 물리학, 우주론, 윤리학을 전해주기 위해 쓴 책으로 이 책이 써진 당시에는 빛을 볼 수 없어지만, 한 참 뒤인 15세기, 이탈리아 고서 수집가에 의해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그 후 이 책은 르네상스 운동을 촉발하게 될 만큼 영향력을 갖게 된다(1417년, 근대의 탄생: 르네상스와 한 책 사냥꾼 이야기)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책이 르네상스 운동을 연 것처럼, 챗GPT 인공지능시대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이야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과 같은 책이 어쩌면, 요구되는 것은 아닐까 혼자 생각해보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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