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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선 Jun 16. 2024

코스모폴리탄 & 아웃사이더 리더

모세이야기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발견한 다큐멘터리 <모세 이야기>. 너무 재미있어서 이번 연휴기간 내내 이걸 보았다. 아주 어릴때부터 알고 있었던 이야기였지만,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이 이야기를 들여다보니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게 된다. 
https://www.netflix.com/kr/title/81341795

모세는 삶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방인으로 살았고 인생의 절반 이상을 광야에서 떠돌면서 삶을 마감했다. 다큐멘터리 속 모세의 행적이 내 눈에는 "코스모폴리탄 & 아웃사이더 리더"라는 단어로 압축되었다. 

모세는 이스라엘 커뮤니티의 관점에서는 매우 이질적인 사람이었다. 우리가 알다시피 모세의 친모는 파라오의 영아 학살에서 아기를 살리기 위해서, 아기를 바구니에 담아 강에 흘려보냈다. 강에서 모세를 건진 파라오의 딸이 모세를 키워준 어머니가 되었고, 아들의 이름도 당연히 이집트 식으로 지어주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사명을 부여받은 받은 사람의 이름이 압제자인 이집트식의 이름이라니... 좀 이상하지 않았을까? (만약 대한민국의 독립을 이끈 민족지도자의 이름이 일본식 이름이라면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까?) 

이름뿐만이 아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커뮤니티의 구성원들과는 교집합이 거의 없었다. 유년기와 청년기는 이집트 왕실에서, 결혼한 이후 중장년은  처가인 미디안에서 보냈으니, 히브리어가 서투를뿐만 아니라 정서도 일반적인 이스라엘인의 정서와 달랐을 것이다. 세련된 의사소통 능력에 대해서 모세 스스로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고, 결국 모세의 형인 아론이 모세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 모세의 아내도 이스라엘이 아닌 미디안 사람이고, 모세의 두 아들들도 외탁이니 당연히 외가쪽의 문화/언어에 익숙했을 것이다. 이런 조건을 가진 사람이 이스라엘 민족의 정치와 종교를 아우르는 리더로서 적합했을까?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 질문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었는데,  모세의 이런 특성들이 출애굽을 이끈 리더로서 강점이 되었을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모세는 억압에 익숙한 이스라엘 인이 아니라, 이집트 왕실의 멤버로서 교육받고 성장했다. 파라오가 지정해준 땅에 정착하고 주어진 의무를 수행하며 예측 가능한 삶을 사는 대신, 미디안 광야의 모래바람과 바위산 속에서 유목민으로서 40년을 보냈다. 이집트를 떠나서 자유를 찾고, 광야에서의 방랑을 거쳐, 젖과 꿀이 흐르는 새로운 땅에 정착하는 것이, 모세의 머릿속에서는 상상 가능한 미래였을 것이다. 하지만 고센의 이스라엘인 정착촌을 벗어나 보지 못했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런 삶을 상상할수 있었을까? 상상은 할 수 있어도, 이 곳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으니 실행할 용기를 갖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리더는 다른 사람들 보다 한발짝 먼저 앞을 내다보고 방향을 결정해서, 구성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 하는 사람이다. 집단 속의 사람들이 겪어보지 않은 다른 세상을 겪어본 사람, 문제를 해결하는 한가지 종류의 방법뿐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방법을 겪어본 사람라면, 집단의 미래를 설계할 때 더 다양한 옵션들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 발생했어도 더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서클 속의 insider가 아니라 outsider로서 한걸음 물러나서 거리를 두고 지켜보면, 보다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 현상유지나 최적화가 아니라 (이집트에서의 안정적인 노예생활), 지금까지 해왔던 것에서 전면적인 변화(광야를 떠도는 자유인 생활)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레거시에 대해 애착이 있는 사람은 과감하게 행동하기 어렵다. 과거에 가졌던 것들에 대한 애착이 없는 외부인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기존 것들과의 관계를 끊고 새로운 목표에 집중할 수 있다. 

IBM의 Lou Gerstner,  Sony의 Kazuo Hirai는 외부인(AmEx 출신)이거나 비핵심사업부(하드웨어가 아닌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사업부, 본사가 아닌 미국지사, 유소년기에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살았던 귀국 자녀) 출신이었다. MS의 Satya Nadella도 Windows 출신이 아니라, Bing과 Azure를 담당했었다. (사티아가 리더십을 갖고 있었을 때, MS내에서 이 사업부서들의 위상은 지금과는 매우 달랐다!)  이들은 자신이 일하고 있던 회사에 새로운 정체성과 목표를 부여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성공적인 턴어라운드를 이끌어냈다.

각 조직마다 처한 상황과 문제에 따라 적합한 리더와 리더십의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리더와 조직 구성원의 스타일이 반드시 동질적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VUCA가 전략 구상의 기본값이 되어버린 상황에서는, 이일 저 일을 겪으며 다양한 조건에서 적응하고 생존하는 민첩성과 탄력성의 중요성이 예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 혼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지만, 그나마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 역할을 좀더 수월하게  실행하고 관리할수 있지 않을까?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의 평균과 공통점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지만, 사람들이 400년 동안 익숙해진 이집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자신의 목표를 완수했다.



soruce: https://www.netflix.com/kr/title/81341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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