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교에서의 학생들은 보호받고 배움의 기회를 제공받아야 할 인격체가 아니라 그저 실적을 위한 하나의 데이터값에 불과하다. 새벽잠을 설치며 친구들과 함께 준비했던 수행평가 과제도, 카페인을 들이마시며 독서실에서 문제집을 풀었던 고생의 과정도, 결국 그들에게는 합격이냐 불합격이냐 따위의 질문으로 압축될 수 있는 것들이다.
대학발표는 학창 시절의 성실함과 노력에 대한 평가이기에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평가를 맞이하기 전 마음을 추스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들은 윗사람의 지령이라는 명분을 들이밀며 합격 결과를 자신에게 보고하라고 학생들을 재촉하고 압박한다. 잠시 숨을 돌릴 틈도 주어지지 않는다. 노트북 화면 앞에서 합격자조회 클릭을 망설이는 학생이 지금 이 순간 겪고 있을 감정의 동요와 요동치는 불안감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렇게 지난 3년간 밤을 새 가며 쏟아부었던 나의 노력은 딱딱한 백분율 수치 아래에 합격/불합격 단어 하나로 엑셀에 입력되고 만다.
그러나 그렇게 학생 한 명 한 명으로부터 모은 데이터들 덕분에 표본의 신뢰도가 높고 훌륭한 입시전략을 세울지언정, 가장 중요한 학생의 마음에 공감 못하고 학생을 기다려주지 못하는 학교는 그래서 교육기관이 아니라 실적과 성과만 좇는 단체조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