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정해진 요일에 같이 시를 필사하고 매월 한 번씩 만나면서 분기에 한 번씩 문학 기행을 가는 모임이 있다. 이번에는 김유정 문학관을 가기로 했다. 춘천은 몇 번 다녀 왔는데 작가 김유정을 만나러 가는 길은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이 아침부터 푹푹 찌는 삼복더위를 날려 보낸다.
춘천을 생각하면 무조건 승용차를 가지고 간다는 편견이 있었다. 청춘열차도 있는데 이번에는 경춘선 전철을 타보기로 했다. 전철을 타고 춘천 쪽으로 가다 보면 김유정역이 있다. 사람 이름을 붙여서 지은 역이름은 김유정역이 처음이라고 한다. 원래는 신남역이었는데 김유정 작가의 생가를 전시관으로 만들면서 역이름이 변경되었다.
김유정 역사를 나와서 왼쪽으로 5분만 더 가면 김유정 폐역이 있다. 당시 사용했던 역사를 그대로 보존하고 소품들도 전시해 놔서 그 시절을 추억 할 수 있고 그때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선로로 나가면 열차 두 량이 있다.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 객차를 이용해서 북카페와 관광 안내센터로 이용 중이다. 객차는 예전에 탔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너도나도 사진 찍기에 열심이다. 북카페에는 책들이 많이 구비 되어 있어서 누구든지 여유롭게 책을 볼 수도 있다.
김유정의 문학촌은 곳곳에 김유정의 작품을 조형물로 설치해서 소설을 상상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영상실에서는 김유정의 작품 <봄 봄>과 <동백꽃>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고 있다. 누구나 시청할 수 있어서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김유정은 1908년 강원도 춘천 실레 마을에서 8남매 중 7번째로 태어나서 1937년 2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하고 배앓이를 많이 했는데, 해충 때문이라고 치료제로 담배를 피우게 했다. 29세에 폐결핵으로 단명한 이유 중의 하나가 담배의 영향도 있었을 거라고 한다. 7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9살 때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다. 부모님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아 말을 더듬기도 한다. 미완성 장편 소설 <생의 반려>에서 유정은 “저에게 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제가 어려서 잃어버린 그 어머님이 보고 싶사외다. 그리고 그 품에 안기어 저의 기운이 다할 때까지 한껏 울어보고 싶사외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얼마나 고달프고 힘들었을지 감히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생전에 늘 어머니를 그리워해서 사진을 간직하고 다닐 정도로 상처와 애정 결핍이 심해서 특히 연상의 여자들에게 집착을 많이 했다. 기생이면서 소리꾼인 연상의 박녹주에게 스토커 같은 짝사랑을 한다. 후에는 잡지에 자신의 글과 나란히 실렸다는 이유로 박봉자에게 연애편지를 쓰기도 하지만 구애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유정은 한국의 대표적인 단편 소설가로 일제 강점기에 활동하며 농촌을 배경으로 한 현실적이고 해학적인 작품과 인간의 삶과 사회적 부조리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그린 작가이다.
김유정은 농촌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김유정이 공식적으로 활동한 것은 불과 2년이었다. 이 기간에 31편의 소설과 12편의 수필을 발표한다. <동백꽃> <봄 봄> <금 따는 콩밭> 등에는 순박하고 어수룩한 사람들과 우수꽝스러운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김유정이 죽음을 맞기 열하루 전에 친구 안회남에게 도와 달라는 편지를 보낸다. 안회남은 김유정이 작가가 되도록 자극을 주고 이끌어준 친구다. “나에게는 돈이 시급하다. 그 돈이 없는 것이다. 내가 돈 백 원을 만들어 볼 작정이다. 동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네가 좀 조력하여 주기 바란다. ~중략~ 그 돈이 되면 우선 닭 삼십 마리를 고와 먹겠다. 그리고 땅 군을 들여 살모사 구렁이를 십여 마리 먹어 보겠다, 그래야 내가 살아날 것이다.”
김유정의 살고 싶은 간절함과 처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김유정은 살기 위하여 글을 썼던 것인데 그로 인해 더 병세를 악화시키는 결과가 되었다.
김유정의 묘비명은 “세상에 진실하고 겸손한 사람이 많되, 김유정 만한 사람이 드물고 세상에 불쌍한 사람이 많되 김유정만큼 불쌍한 사람도 드물다.” 그의 삶을 옆에서 지켜본 평론가 김문집이 썼다. 부유한 집안에서 축복받고 태어났으나 마지막에는 병조차 제대로 치료할 수 없을 정도로 불행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렇지만 지금은 행복한 작가가 분명하다. 그의 작품을 찾는 독자들이 많아지고 그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변함없이 김유정을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많이 읽어보지 못한 김유정 작품을 찾아서 읽어보면서 그의 열정을 닮아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