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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호 Oct 13. 2024

사진 찍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웃음을 담다

사진 찍는 사회복지사입니다.


나는 사회복지사다. 가난한 사람들의 행복한 웃음을 찾아주기 위해 사회복지관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다. 사회복지관을 찾는 사람들은 아동에서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찾아온다. 나는 이 모든 이들에게 웃음을 되찾아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사회복지관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사람들의 눈 속에서 기대와 희망을 본다. 사람들은 힘든 삶 속에서도 작은 위로와 도움을 찾기 위해 이곳을 찾아온다. 나는 사람들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며,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노력한다.      

아동들의 순수한 눈망울에서부터 노인들의 깊은 주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그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밝은 빛을 더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 그러나 때로는 그들의 얼굴에 큰 웃음을 띄우게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된다. 그들의 고단한 삶 속에서 웃음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 크게 웃는 모습을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삶 속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순간들을 목격할 때마다, 나는 큰 보람을 느낀다. 힘들고 지친 날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이 보여준 작은 미소와 감사의 말을 떠올린다. 그것이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     

그러다 지난 5년 전, 나는 어느 대학의 정문 앞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가까운 대학교 캠퍼스를 산책하면서, 우연히 평생교육원에서 사진 수업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수강 신청을 하고, 사진 공부를 처음 시작했다.     

당시 나는 DSLR 카메라도 없었다. 무엇을 사야 할지도 몰라 빈손으로 첫 수업에 참여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주변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드디어 첫 카메라를 구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매일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이것저것 아름다운 풍경들을 담기 시작했다.     

처음 카메라를 손에 쥐었을 때의 설렘은 아직도 생생하다. 캠퍼스의 푸른 잔디밭, 꽃이 만발한 길목, 노을이 붉게 물드는 하늘까지 모든 것이 새로운 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렌즈 너머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나는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다시 발견해 나갔다.     

사진을 찍으며, 나는 주변의 소소한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다. 평소에는 지나치기 쉬운 작은 꽃 한 송이,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 나무 사이로 비치는 따뜻한 햇살까지 모든 것이 특별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마치 새로운 세상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시작한 카메라 공부는 나에게 새로운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매일 아침, 나는 가방 속에 카메라를 챙기면서 오늘은 어떤 아름다운 장면을 만날지 기대하게 된다. 사진을 찍는 순간순간, 나는 그저 세상의 아름다움을 담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행복과 평온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첫날, 첫 수업 시간에 우리는 자기소개를 하게 되었다. 나의 차례가 왔을 때,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가난한 사람의 행복’을 카메라로 찍어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습니다.” 이 말은 나의 진심이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유형은 ‘가난해질까 봐 불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두 번째 유형은 ‘가난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들, 그리고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풍경들을 카메라로 찍어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며, 모두가 불안하지 않고 불행하지 않게 살아가기를 바랐다. 약 3년 동안, 나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순간들을 담기 위해 마을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사진을 찍었다. 풍경사진을 열심히 찍었지만 누구에게 보여주지도 못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 2년 전부터는 노인, 장애인, 저소득 부부의 프로필 사진을 전문적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면서 나는 사진 촬영과 사회복지 실천이 많은 면에서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진 속에 담긴 한 사람의 모습은 그들의 삶을 대변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복지 실천을 카메라를 통해 할 때, 그것이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오는지 알게 되었다.     

어느 날, 한 할머니의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였다. 할머니는 처음에는 수줍어하며 카메라 앞에 서기 어려워했지만, 점점 마음을 열고 웃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지만, 그 속에는 따뜻함과 지혜가 담겨 있었다. 할머니는 내가 찍은 본인의 사진을 보며, "이 사진을 보면 내가 참 행복해 보여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사진 한 장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질 수 있는지 깨달았다.     

또 다른 날, 한 가난한 부부의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는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들의 사랑과 행복이 사진 속에 그대로 전해졌다. 그들은 사진을 보며, "우리의 행복한 순간이 이렇게 아름답게 남을 수 있어서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그들의 말은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사진 찍는 사회복지사’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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