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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꽃J Oct 25. 2024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 거야

집이 최고야

토요일 오전 7시.

펼쳐둔 기내용 캐리어에 뭘 담아야 할지 몸과 머리가 허둥지둥이다.

속옷, 위아래 외출복 한벌, 외투 하나, 편한 티셔츠와 트레이닝바지 하나. 양말, 칫솔/치약을 챙겼다. 이 정도면 됐겠지?

허둥대고 있지만 가슴은 설렘 한가득이다.

8시. 캐리어와 작은 가방 하나를 둘러메고 집을 나선다.

캐리어는 살짝 무겁지만, 발걸음은 하늘을 나는 듯 가볍다.

결혼 후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함께한 온라인 독서 모임 멤버들과 제주도에서 만나기로 했다.

비행기에 올라 창가 자리에 앉았다. 

창밖 풍경에 눈이 멈춘다. 

하얀 솜이불처럼 펼쳐진 구름들을 감상한다.

제주공항에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멤버가 반겨준다.

본격적인 여행 전에 먼저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 도민 맛집이라며 소개한 식당은 된장찌개의 구수한 향과 고기의 풍미로 숟가락과 젓가락을 쉴 새 없이 움직이게 했다. 즐거운 대화 속에서 낯선 여행지도 금세 익숙해지는 듯했다.

식사를 마치고, 도두봉 무지개 해안도로로 향한다.

차에게 내리자마자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제주의 바람도 마치 "제주에 온 걸 환영해!"라는 듯, 세차게 불어오며 머리카락을 흩트린다.

그러나 우리도 지지 않는다. 바람이 무색하리만큼, 무지개색 돌 위에 오른 멤버들은 행복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카메라 앞에서는 모두 멋진 모델이 된다. 

사진을 찍은 후에도 바람과 비는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점점 강해진다. 우산이 뒤집히고 급기야 도두봉은 우리를 쫓아내려는 듯하다.

도두봉은 그렇게 우리를 문전박대했다.

결국 근처 카페로 피신해 따뜻한 차를 마시며 찍은 사진들을 돌려본다. 사진 속 우리는 비바람에도 즐거움이 가득하다. 작은 화면 속 행복한 표정들을 보며 웃음꽃이 핀다.

그 후 동문시장에 들러 회와 만두, 떡볶이 등 저녁거리를 샀다. 숙소로 돌아와 모임의 하이라이트, 깊은 대화를 나눌 시간이 왔다. 멤버 중 한 명이 준비한 질문지를 풀면서 서로를 조금씩 더 알아갔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이런 질문들이 오가며 우리는 더 가까워졌다.

특히 같은 나이의 자녀를 둔 세 명의 부모들은 자녀 교육과 현재의 고민 등에 대한 이야기로 쉴 새 없이 대화를 나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답게 독서에 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다음 날 일정을 위해 대화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관덕정, 함덕 해수욕장 그리고 비자림을 걸으며 제주의 가을을 밟는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은 취미를 나누었다. 결이 맞는 이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 순간, 나는 더없이 행복함을 느꼈다.

더불어 이번 주가 ‘2025 제주 국가유산 방문의 해 선포 기념 주간’이라서 일주일간 무료 개방 중이었다. 제주도민이 아닌 내가 무료로 명소를 다닐 수 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었다.

도민 맛집에서 맛있게 식사하고, 아쉬운 1박 2일 일정을 마친다.

1시간이나 연착된 비행기 덕분에, 늦은 밤에야 집에 도착했다.

기분이 아주 좋지만, 눈꺼풀은 무거운 추를 달고 있는 듯 계속 감긴다.

아쉽게도 1박 2일의 일정은 금세 끝이 났다. 연착된 비행기 덕분에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생각보다 고단했다. 비록 여행은 즐거웠지만, 몸은 피곤했고 눈꺼풀은 무거웠다. 캐리어를 내려놓고 침대에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익숙한 침대에서 일어나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따뜻한 햇살이 창을 타고 들어온다.

기지개를 쭉 켜며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아, 역시 집이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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