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고등학교 6년 중 4년을 프랑스에서 다녔습니다.
한국과 프랑스의 교육 철학은 180도 달라서 그 당시 저는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입시를 준비하며 모든 노력을 되돌리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한국에서는 정답이 명확히 정해져 있습니다. 만약 정답이 그렇게 딱 정해져 있지 않다면 아마 공정성 문제로 논란이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의 정답은 절대적이고 확실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답 자체를 고민하기보다는 정답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많이 찾을 수 있는가에 집중합니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정답이 한국에 비해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답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과 사고의 논리입니다. 논리가 타당하고 증명이 적절하다면 정답이 아니라도 틀린 것이 아니며, 반대로 정답을 찾았더라도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정받지 못합니다.
한국은 변화가 빠른 나라입니다. 디지털 교과서, 학생 인권, 고교학점제 등 다양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교육의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정답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회는 변했습니다. 교육의 원칙에 따라 정답을 찾으며 자라난 학생들은 사회의 변화 속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중장년층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실하게 가족과 회사를 위해 살아오며 경험과 지혜를 자랑스럽게 여겼던 세대가 이제는 그때의 정답이 더 이상 맞지 않는 시대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평생 믿어온 정답이 부정될 때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삶마저 부정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는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가치를 인정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기회입니다.
변화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지만 그 혼란 속에서 우리는 성장할 수 있습니다. 중장년층에게는 자신을 위해 살아갈 새로운 시간을 선물하며, 젊은 세대에는 자신만의 답을 찾아갈 기회를 줍니다.
정답만을 찾던 시대에서 벗어나 과정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이 변화 속에서 서로의 가치를 이해하고 함께 새로운 결말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 풍요로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