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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회환경과 자동차(9)

수상한 가면의 정체

by 좀 달려본 남자

(미국) 수상한 가면의 정체는?


미국은 현대자동차가 가장 많이 자동차를 수출하는 나라이다.

1986년대부터 '엑셀' 수출을 시작으로 90년대 초반에는 엘란트라 소나타까지 다양한 차량으로 수출이 확대되었다. 이 당시 광고를 보면 일본차량 한 대가 지나가면 그 뒤를 우리 차량 2대가 지나가는 것이 광고였다. 즉 일본차량 1대 구매하는 값이면 현대차 2대를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광고이다.


가성비 때문에 많이는 팔렸지만 TV쇼에서 미국 코미디언들이 종종 품질이 나쁜 것에 비교하는 소재로 현대차가 등장하였고, 이에 항의한 현대차 미국의 한 판매원이 무려 7일 동안 5,400km를 현대차를 타고 방송국을 찾아가 사과를 요구하는 일도 있었지만 실제로도 품질 문제가 많이 있었다.


엄청나게 국토가 넓은 미국지역에 대한 특이성을 고려한 차량 개발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경험하지 못한 40℃이상의 무더운 여름 및 추운 겨울 조건 -40℃등에서 개발차량을 미국으로 가져가 주행하면서 미흡한 성능과 품질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아 양산 전에 개선하려고 현지시험을 활발하게 추진하였었다. 이후 이러한 경험들은 국내에서 다양한 장비를 이용하여 국내에서 진행하도록 발전되었다.


미국에서의 실도로 주행시험은 하루에 약 600km 정도를 운행하면서 도로환경이나 기후상황에 따라 차량의 다양한 성능들을 평가하였다.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던 90년대 초에는 이동하면서 묵을 숙소를 전화로 예약을 하거니 FAX를 이용하여 예약을 진행하였는데 미국이란 나라가 워낙 크다 보니 도시뿐 아니라 조그만 마을에서도 종종 숙박을 하였다. 시험도중 도시의 호텔에 머물게 되면 근처에 있는 '월마트'에 가서 쇼핑을 하곤 하였는데 한국보다 새롭고 다양한 물건들이 많아서, 한국에서 온 시험엔지니어들이 귀국할 때 한 보따리씩 선물을 사서 가져오곤 하였다.


이때 나는 우리 아이들이 어렸기 때문에 주로 비눗방울을 많이 사 왔었다.

그 당시 한국의 문방구에서 파는 비눗방울과 달리 미국의 '토이젤아스'에 산 비눗방울은 커다랗게 방울들이 잘 만들어져 어린 딸아이가 무척 좋아하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파는 물건 중에 모자처럼 머리전체를 넣는 괴물이나 좀비 가면이 있었는데, 주로 파티할 때나 가면무도회등을 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신기한 물건이었다.


현지시험을 하던 어느 날 주행시험을 마치고 조용한 시골마을의 숙소에 머물게 되었다.

간단히 오늘 시험차량을 운전하면서 발견한 문제점을 리뷰한 다음 저녁식사 후 딱히 마을에 볼 것도 없었고, 피곤하였기 때문에 모두 일찍 방으로 들어가 쉬기로 하였다.

이때 엔지니어 중 하나가 샤워를 하고 나오면서 창밖을 보니 얼굴이 하얗고 매부리코에 머리는 산발이 된 사람이 방안을 빤히 드려다 보고 있었다. 이날 다른 방에 머물던 일행들도 똑같이 놀라는 일들이 발생하여 웅성거리다가 팀장이 저녁 늦게 호텔주인에게 그날 일어난 이야기 하였고 호텔주인이 경찰에 신고를 하였다.


출동한 경찰이 호텔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는데 다른 특이한 점은 없었다.

경찰 말에 의하면 이 동네에 정신이상자가 한 명 있는데 가끔 돌아다니는데 그 사람으로 추정된다고 하였다.

"그리 위험한 사람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어느 정도 안심이 되어 해프닝으로 여기고 방으로 돌아왔지만 그날 모두들 잠을 설쳤다고 하였다.

그날 이후에도 주행시험은 계속 이어지며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였지만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었다.

약 10여 일간의 모든 주행시험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려고 가져간 시험장비들을 모두 한 곳에 모아 정리하는 도중 한 엔지니어의 가방에서 장비와 같이 딸려 나온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숙소에서 본 얼굴이 하얗고 매부리코에 산발머리인 사람의 얼굴이었고, 머리까지 덮는 가면이었던 것이다.


도시에서 머무는 날 '토이젤아스'에서 쇼핑하다가 특이한 가면을 발견하고 한국에 가져가면 재미있을 것 같아 샀다고 한다. 그날 재미 삼아서 얼굴에 뒤집어쓴 다음 다른 엔지니어를 놀리려고 동료방들을 한 번씩 쳐다보고 돌아왔는데 그날 일이 커져서 경찰까지 오는 바람이 겁이 나서 차마 자기가 일을 벌였다는 이야기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어찌 됐든 한국으로 가면을 잘 가져왔고, 연말 송년회 때 이분이 가면을 쓰고 나와 조용히 사람들에게 접근해서 여러 사람을 놀라키며 다시 한번 화제가 되었었다.

(유사 이미지 - 네이버 참조)


해외 현지시험의 경우에는 개발차량을 가지고 주행시험을 하다 보면 계측장비가 달려 있거나 검은 천으로 위장을 한 모습이 특이하여 경찰들이 세워서 내부를 살펴보는 일이 자주 발생하곤 한다.

차 안을 둘러보고 현대자동차 시험차량임을 어느 정도 확인하고 대부분 그냥 보내주곤 하는데 과속을 하는 경우에도 웬만하면 경고만 주고 거의 교통딱지는 떼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워낙 오랫동안 운전을 하면서 시험을 하다 보면 과속을 하여 미국에서 교통딱지를 떼이는 경우가 있다. 이때 벌금을 내지 않고 그냥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면 다음에 미국에 입국거부를 당하게 된다. 보통 주말에 한국으로 귀국하여 벌금을 내기가 힘든 경우에는 호텔에 부탁을 하여 대신 납부토록 부탁을 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주행시험을 미국에서만 수천 km 진행하면서

우리나라와 다른 혹서지 (데쓰밸리), 한랭지 기후조건(알래스카), 4,000m 고지조건(덴버지역), 장등판로 조건 (1시간 이상 오르막길), 위성라디오 (나라가 커서 라디오는 위성으로 들어야 한다), 컵홀더 사이즈(우리나라 조건보다 1.5배 용량의 큰 사이즈) 조건등 많은 문제를 해결하여 미국시장에서 품질의 현대로 거듭날 수 있는데 기여할 수 있었다.


"좀 달려본 남자는 현대자동차 연구소 엔지니어로 34년 동안 -40℃에서 50℃까지, 미국, 유럽, 남미, 중동, 중국, 러시아등 세계각국의 다양한 주행조건에서 실차개발시험을 진행하였다. 그동안의 시험경험들을 1) 자동차주행시험장, 2) 해외기후환경과 자동차, 3) 해외사회환경과 자동차, 4) 자동차엔지니어, 5) 미래모빌리티로 나누어 연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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