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일기 1.

사람은 늙지 않는다.

by 오조

꽤 오랜 시간을 들여 디펙초프라의 책 <사람은 늙지 않는다>를 읽는 중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 몸은 엔트로피를 거스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쇠는 녹이 슬고, 빵은 변하지만 우리 신체는 상처가 나면 스스로 회복함. 매일 세포는 죽고 새로운 세포가 생김) 노화와 죽음. 고통과 통증을 당연시하는 사회 문화적 말들 때문에 우리 몸은 더 빠르게 노화한다고 한다.


요즘 친구들과 낮고밤스(낮에 고강도 밤에 스트레칭/명상)라는 운동루틴모임을 만들어서 운동 중이다. 나는 삼 년 전부터 먹던 칼슘과 오메가를 먹지 않고도 무릎/손목 통증이 거의 사라졌고, 친구들 모두 건강한 몸과 조금은 더 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 듯하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두 번의 경험.


첫 번째: 출산

엄마는 어릴 때부터 출산이 인생에서 가장 아픈 경험이었고 하늘이 노래진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 역시 출산이라는 언젠가는 내가 해야 할 끔찍한 고통을 늘 생각해 왔던 것 같다.


그런데 결혼과 출산 일 년 전쯤 영유아를 위한 연극 공부를 하다가 '출산 시 우리 몸에서는 고통을 경감시키는 호르몬이 나온다. 하지만 고통에 빠져 있으면 그 호르몬은 작용하지 못한다'라는 구절을 읽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출산을 하려면 10시간 이상의 산통을 겪는다라고 윗 세대에게 들어왔지만 경험해 보니 10시간 내내 산통을 겪는 것이 아니라 10분 안 아프고 1분 아프고. 점점 그 간격이 좁아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10분 안 아픈 동안 1분의 고통을 예견하는 것이 아니라 1분 아픈 동안 '1분이 지나가면 괜찮아'라는 생각으로 산통을 보냈다. 그래서일까 자궁문이 5센티 열린 순간에도 나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호흡을 하면서 견딜만했다. 아쉽게도 5센티가 열리는 순간 직전에 출산한 친구의 목소리

"너 또 자연주의 한다고 무통주사 안 맞는다는 말 하지 마. 양수 터지면 급격하게 아프다"가 떠오르고, "지금 넘어가면 이제 무통주사 못 맞아요"라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씀에 "주사 주세요" 해버렸지만...


무통증상까지 맞아 통증이 덜하니 배고픔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첫째를 낳을 때 어떤 신기하고 특별한 감각을 느꼈다. 아기의 어깨, 볼록한 배, 엉덩이, 고관절, 무릎이 나의 몸에 강한 인상을 남기며 밖으로 나오는 감각. 그 모든 아기의 관절의 흐름을 그대로 느꼈다. 그래서 나에게 출산의 기억은 통증이 아닌 아기가 나를 훑고 나간 짜릿함이다.


두 번째. 시력.

시력이 안 좋아 일찍이 렌즈를 끼고 살아온 남편에게

'나도 초등학교 2학년 때 안경 꼈었어. 그때 시력이 0.5였거든. 근데 자꾸 안경 끼는 것을 까먹고 그러다가 나중에 재어보니 1.0이 됐어'라고 했더니 남편이 자기가 지금껏 끼고 살아온 안경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어느 날 내 앞을 지나가는 친구를 못 알아봤다. 볼 수 있는 각도도 좁아진 것 같아서 안과를 갔더니 시력이 0.4라고 했다. 그때 다시 안경을 맞추고 시험이 끝난 후 안경을 끼지 않았다. 지금 시력은 1.0 정도이다. 안과 의료 관련 일을 하는 친구가 시력이 좋은 것은 아닌다 주변의 근육들이 빠르게 움직여서 초점을 조정한다고 말해주었다. 너무 오래전 기억이라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남편은 자기가 어린 시절부터 끼어온 안경이 자기 근육이 열심히 애쓸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당연하게 모두가 예상하는 통증을 호흡으로 덜 느낄 수 있다면.

눈처럼 예민한 기관이 이렇게 주변 근육에 협조를 두하며 스스로 시력을 회복한다면.

대체 우리 몸에는 얼마나 한계 없는 능력이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자주 아프던 무릎이 언젠가부터 안 아프기 시작했고, 가족들이 나에게 옮길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미리 겁먹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40부터는 노화가 급격히 진행된다.라는 말을 어느 순간부터 믿지 않게 되었다. 몸의 일부분에 발생되는 통증을 예전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되었다.


마음먹기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지듯이

몸 역시 쓸수록, 의식할수록 늙지 않는다.

회복하고 나아가는 몸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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