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톤 도전기: 하편
구름톤 in JEJU 10기,
예상치 못한 데이터 이슈를 맞닥뜨린 우리 팀.
어떻게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을까?
[6] DAY 3: 청년 정책 통합 플랫폼, 뿌리
[7] DAY 4: 우여곡절 끝에 이뤄 낸 성과
[8] 구름톤으로 배운 것
해커톤 도전기: 상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더 신중하게 주제를 선정했다. 다행히도 우리에겐 후보였던 좋은 아이디어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제주의 청년 인구 감소로 인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청년이 제주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그 방법으로 우리는 제주의 청년 정책을 모아서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정책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기획했다.
처음에 이 주제를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저 정책을 모아보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재미없진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기존에 있던 '제주청년센터'는 정책이 부처별로 흩어져 있고, 복잡한 카테고리와 일관되지 못한 정책 내용 때문에 매우 불편한 UX UI를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이트를 개선하는 정도의 결과물이 아니라, 우리 서비스만의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주제를 시작한 시간은 제출 종료 26시간 전. 아침 9시쯤이었다. 작업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해서 시간 압박이 있었지만, 이때를 기점으로 모두 한마음이 되어 더 열정적으로 작업하면서 팀원들과 끈끈해졌던 듯하다.
기존 주제를 포기하면서 적합한 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더욱더 탄탄한 설계를 진행한 후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는 짧은 시간 임팩트 있는 서비스를 완성시키는 것을 목표로, MVP에 집중했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면 더 유익한 플랫폼이 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
그래서 AI를 활용하여 시간 내에 끌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고, 그걸 쉬우면서도 재밌게 보여주고자 했다. 그에 따라서 나는 유저 플로우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그리고 적은 화면에서 임팩트를 줄 수 있도록 가장 주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UI와 시각요소에 초점을 맞췄다.
<서비스 전략>
1. AI를 이용해 정책 정보를 체계화한다.
이를 활용하여 정보를 한눈에 알기 쉽게 제공하거나, 개인별 맞춤형 정보를 추천한다.
2. 각 정책의 의견을 공유한다.
정책 정보의 다양성을 높이고, 청년들의 목소리를 통해 좋은 정책의 발판이 되기를 기대했다.
3. 딱딱한 정책 플랫폼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한다.
간결한 UX를 제공하고, 시각적으로 친근하면서 임팩트 있는 이미지를 전달한다.
이러한 기획 회의가 오후에 끝났기 때문에 작업을 진행할 시간이 촉박했지만, 초기 기획을 탄탄하게 잡아두고 시작한 보람이 있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점차 서비스 방향성이 한 곳으로 뾰족하게 모이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먼저 최소 기능 플로우를 설정해서 프론트에 공유했다. 이후에 와이어프레임, 화면 디자인, 비주얼 컨셉들을 순서에 상관없이 회의와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다. 기획과 개발 이슈에 따라 디자인이 수정되거나, 기획과 디자인 수정으로 개발이 수정되거나 반복에 반복이었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서비스 아이디어가 오갈 때마다 MVP를 기준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계속했던 말은 "그게 정말 중요한 걸까? 최대한 간단하게, 다 빼자!"였다.
또 해커톤이기 때문에 UX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더라도 시간 내에 개발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타협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런 부분은 추후 서비스 고도화를 기약하고 계속 삭제해 나갔다.
이렇게 작업을 진행하면서, 나의 부족한 점도 많이 알게 되었다. 화면별로 데드라인을 설정해 두고 작업했지만, 디자인 디테일을 놓칠 수가 없어서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었다.
그리고 우리 팀은 서비스 발표를 할 때 실제 배포된 화면으로 시연할 예정이었다. 따라서 실제 개발 화면과 디자인의 싱크를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전체 화면은 대략적인 틀만 잡아두고, 핵심 화면순으로 작업에 집중했다.
<핵심 화면 1> 맞춤 정책을 추천해 주는 메인
사용자가 초기에 자신의 정보를 선택한 후, 메인에서 맞춤 정책을 추천받을 수 있게 설계했다. 적은 개수의 정책이 추천되는 로직이라, 정책 내용을 요약해서 정책을 한 개씩 카드형으로 보여주기로 했고, 보여줄 수 있는 정보가 적은 만큼 좀 더 임팩트 있는 경험을 위해 카드를 넘기는 인터랙션을 추가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인터랙션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디자인된 화면의 요소 값만으로는 프론트 화면을 디자인과 맞추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프론트 개발자님 옆에서 코드와 프론트를 같이 보며 수정하기도 했다.
<핵심 화면 2> 정책 정보를 보고, 의견 공유도 하는 상세
우리 서비스는 기존에 복잡했던 정책 정보를 알기 쉽게 보여준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 상세 정보는 UI가 정돈되어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들어갈 정보의 케이스에 따라 위계와 디자인가이드를 설정하는 데에도 시간이 꽤나 걸렸다.
저녁에 멘토님에게 질문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다. 이때 멘토님께서 주신 의견 중 AI 이미지 활용을 해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말씀도 해주셨는데, 나는 그때까지 AI 툴로 이미지를 생성해 본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선뜻 사용해보지 못했고, 결국 직접 일러스트를 그려서 작업하느라 작업 시간이 길어졌다.
(구름톤 이후로 AI 활용에 관심이 커져서, 요즘엔 유용하게 쓰고 있다. 브런치 커버 이미지도 AI의 작품이다!)
다들 거의 한숨도 못 잔 채 끝까지 달렸고, 제출 시간이 임박했을 때는 모두 말없이 작업에 집중했다.
나는 화면 디자인이 늦게 마무리되어, PPT를 디자인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도 기획자님의 발표 흐름과 내용이 좋았기 때문에, PPT 디자인은 욕심을 버렸다. 그래서 제출 몇 분 전에 기획자님이 만들어두신 자료에 브랜딩만 급하게 넣었다. (우리 팀 발표 때는 그 PPT를 보며 디자이너로서 역할을 끝까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오전 11시까지 제출이었는데, 딱 11시 정각에 제출했다. 제출까지 몰아치듯이 달려와서 그런지 며칠 째 제대로 못 잤어도 졸리지도 배고프지도 않았다. 그래도 무사히 완료해서 제출한 것에 정말 감사했다.
구름톤 시간 동안 배운 게 너무 많았기 때문에, 수상하지 않아도 아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막상 대상에 호명되니 얼떨떨하면서도 뿌듯했다. 심사위원분들께서 우리가 고민했던 내용에 공감해 주셨고, 특히 AI를 적절하게 잘 활용한 것. 명확한 MVP를 설정한 것. 실패를 딛고 다시 완성해 낸 우리 팀의 회복탄력성. 이 세 가지를 긍정적으로 봐주셔서 수상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수상 서비스는 구름톤 전시관에 업로드된다.
이 서비스의 상세한 설명이 궁금하다면 아래 구름톤 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제주 청년정책 통합 플랫폼, 뿌리
[구름톤 in JEJU 10기 대상]
내가 원했던 '다른 직군과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한 팀워크'를 진정으로 경험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해커톤 이후에도 팀원들과 모여서 회고도 하고 몇 차례 회의를 하면서 부족했던 점을 보완했는데, 이렇게 개발자 기획자와 밀접하게 협업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나의 관점에서는 당연한 것이라 할지라도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개발자 기획자분들께서 디자이너에겐 당연한 서비스인 비핸스나 피그마를 생소해하는 경우가 있었다. 내가 개발자들에게 당연한 서비스인 깃허브, 그리고 크롤링, 데이터 전처리와 같은 기초 개발 용어를 잘 몰랐던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완전히 다른 작업 환경 때문에 프로젝트 과정에서도 서로 간의 관점 차이가 크게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왜 이런 순서로 작업하는지, 이렇게 디자인하는 이유 등의 내용들을 내가 생각한 것보다 좀 더 상세하게 공유하고 맞춰 나가야 서로 이해하며 프로덕트를 한마음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디자이너와의 협업이 많았던 첫 회사에서 2년 넘게 일해 온 방식이 있었기 때문에, 작업 방식에 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만의 작업 스타일이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전 회사에서는 당연시했던 것이 다른 회사에서 일할 때는 아닐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다른 직군 또는 조직의 사고의 차이를 잘 배워야 한다. 그래서 필수적인 데이터/개발 지식과, 다른 회사의 디자이너가 일하는 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해커톤을 통해 프로덕트를 팀으로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 핸드오프까지 해보니 짧은 시간이지만 압축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다.
또, 시간 압박 속에서 이정도로 몰입하는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힘듦과 비례해서 오히려 즐거워지는 느낌도 받았다. 마치 러닝할 때 일정 시간 달리면 마리화나를 피울 때 쾌감이 느껴진다는 ‘러너스 하이’가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해커톤도 일종의 마라톤이니 일리가 있다. 정말 도파민이 뿜어져나오는 기분이었다.)
구름톤에서는 해커톤뿐만 아니라 교육과 네트워킹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만약 구름톤을 고민하고 있다면, 꼭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에게 구름톤은 더 나은 디자이너로 성장할 발판이 되어주었고, 부족한 점을 발견하고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성장할 준비가 된 사람들에게, 해커톤은 강력한 자극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