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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은 어떻게 사용자를 붙잡아 두는가?

디자이너의 눈으로 본 인스타그램의 비밀

by Jiyoon Kim

최근 수면에 관련한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유저가 잠에 들지 못하는 다양한 요인을 리서치 중이다.

그중에서도 잠에 들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인 SNS, 특히나 인스타그램을 깊숙이 파헤쳐보며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하게 되어 공유해보려한다.



인스타 피드, 숏츠를 한없이 내리다가 문득 '나 뭐하고 있냐?' 싶을때가 있을것이다.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이 '습관적인 행동', 이 현상 뒤엔 사실 그렇게 행동하게 만든 숨겨진 UX설계, 중독적인 디자인 매커니즘이 있었다.



1. 예측 불가능한 보상

인스타그램이 사용자들을 플랫폼에 묶어두고 계속해서 앱을 열게 만드는 핵심 중 하나는 바로 '예측 불가능한 보상'이다. 이 원리가 어떻게 우리의 행동을 유도할까?


파친코 레버같은 Pull-to-refresh

인스타그램의 피드나 알림센터에서 아래로 당겨 새로고침을 하는 제스처, 모두가 매일 하고 있는 행동일것이다. 나 역시 무심코 화면을 아래로 당겨 새로고침하는 제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다. 마치 무언가 새로운 것이 나타날까 기대하면서.


이 동작은 파친코 도박 기계의 레버와 비슷하다. 다음 새로고침엔 좋아요 100개가 있을지, 아니면 겨우 10개일지, 아예 아무것도 없을지 알 수 없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알림이나 콘텐츠를 확인하게 된다. 이 메커니즘은 홈, 탐색, 알림, 프로필, 메시지 등 인스타그램의 거의 모든 탭에 숨겨져 있어 우리를 지속적으로 붙잡아 둔다.


Group 22.png 이미지 출처 : NapoleonCat



무한 스크롤: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는 흐름

밑으로 스크롤, 스크롤, 또 스크롤...

인스타그램은 우리가 많은 액션을 취하지 않아도 손가락을 한번만 아래에서 위로 올리면 아주 손쉽게 콘텐츠를 탐색하도록 '무한 스크롤' 기능을 제공한다. 이게 정말 무서운 점은, 우리가 '이게 나한테 도움이 될까?' 하고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릴스를 보는 내 자신, 혹은 남의 모습을 잘 관찰해보면 무표정으로 손가락만 밑에서 위로 올리다가 가끔 피식 웃고 다시 무표정으로 스크롤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홈 피드부터 스토리, 돋보기(탐색) 피드, 릴스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콘텐츠의 흐름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앱을 떠나지 못하게 만는다.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움직이고 있는거다.


2. 앱을 끄지 못하게 만드는 압박들

인스타그램은 교묘하게 우리의 심리를 파고들어 앱을 계속 사용하게 만든다.


'답장해야 해!' 라는 알 수 없는 의무감

친구가 보낸 메시지에 '읽음' 표시가 떴을 때, 뭔가 답장을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 느껴본 적이 있나? 바로 이 '읽음 표시'가 상대방에게 내가 메시지를 확인했다는 것을 알리면서, 우리에게 답장을 해야한다는 사회적인 압박감을 준다. 덕분에 우리는 앱에 더 오래 머물거나 다시 앱을 열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이 '읽음 표시' 때문에 바로 답장할 수 없는 상황에도 메시지를 확인해야 할지 말지 고민할 때가 많았다.


image.png 이미지 출처 : wikiHow


자연스럽게 다음 행동을 유도

이번에 인스타그램을 뜯어보며 인지하게 된 부분 중 하나인데, 인스타그램에서 알람이 와서 그것만 보려고 클릭하면, 해당 알람과 관련된 페이지로 이동했다가 뒤로 갔을때 바로 홈 피드로 연결된다.

알람을 확인하고 뒤로 간 홈에는 클릭하고 싶게 만드는 많은 장치 중 하나인 친구들의 예측 불가능한 스토리가 보인다. 초록색 링(친한친구) 스토리라면 더더욱 누르고 싶다.

스토리는 아래에 나올 FOMO와 관련된 기능 중 하나인데, 인스타그램 홈엔 이렇게 유저를 붙잡는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기에 알람을 확인하러 들어왔어도 자연스럽게 홈 피드를 탐색하게 만들어 더 오래 머물게 한다.


FOMO : 놓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만드는 강박

가장 강력한 심리적 요인 중 하나는 바로 FOMO, 즉 Fear of missing out '놓칠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친구들이나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무언가를 계속 올리고 있다는 신호를 인스타그램은 끊임없이 보여준다. '내가 혹시 지금 뭔가 놓치고 못 보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감을 알게모르게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24시간 후 사라지는 스토리 기능은 FOMO를 극대화한다. 스토리를 보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질까 봐 앱을 자주 열어보게 만든다. 상단의 동그란 새 스토리 아이콘이 사라지지 않으면 왠지 모르게 찜찜하고, 다 확인해야 할 것 같은 강박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인스타그램은 사람들이, 내 친구들 지인들이 뭐하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 FOMO를 자극해 사용자를 붙잡고 있었다.




디자이너로서 고민해야 할 지점

이렇게 인스타그램은 예측 불가능한 보상과 사회적/심리적 압박이라는 행동 경제학 및 심리학적 원리를 아주 정교하게 디자인에 접목해서 우리를 앱에 머물게 만들고 있었다.

단순히 '재미있어서' 뿐만 아니라, 설계된 디자인 자체가 우리의 무의식적인 반복 행동과 강박적인 확인 습관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느끼고는 있었지만, 어떻게 우리의 심리와 디자인을 접목했는지 알게되니 조금은 무섭고 대단하게 느껴진다.


디자이너로선, 사용자들을 위한 건강한 디자인을 위해선 책임감 있는 UX설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서비스의 수익과 성장이 디자인 설계의 의사결정에 크게 작용할 것이다.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디자이너로선 사용자의 삶에 긍적적인 영향을 가져오는 디자인을 위해, 윤리적인 인식을 가지며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 학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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