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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백하 Aug 10. 2024

파블로 라라인의 공작 후기

 한번씩은 접해봤을 ○○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는 말. 그 말을 고대로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다. 여기서의 유령은 피노체트와 그의 후원자인 신자유주의로 일컬어지는 자들.


 하나만 예로 들자면 과거에는 구덩이에 시체를 파묻었으나, 지금은 세계화와 자유무역경제라는 미명 아래에서 행해짐을 묘사하는 방식이 그러하다. 믹서기는 대놓고 헬리콥터 느낌... 유령 집안의 파렴치한 범죄 행각과 교차돼 묘사되는 중반부의 유령의 학살이 제법 좋았고. 발정난 피노체트는 웃겼다.


 신자유주의 파시스트 세력이 얼핏보기에는 다른 듯 하지만 결국에는 영미의 신자유주의가 파시스트를 만들고, 파시스트들이 신자유주의자를 만드는 상호 관계의 봉건세력임을 죽음과 탄생의 모티브로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데에서 반감을 가질 사람이 꽤나 있으리라 생각한다. (파시즘이라는 단어를 아무데나 붙이는 걸 좋아하지는 않으나 본작의 시각을 감안하여 사용.)


 그들을 존속하게끔 하는 유산에 대한 대목이 존재하는데 이 묘사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레이건 빨고 전땅크 빨고 이런 류가 아니더라도 맹목적인 유산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으니까.


 많이 거친 표현같다만 전형적인 '남미좌파'의 특징도 보이는 민중의 자유를 억압하는 봉건주의 세계화와 파시즘에 대한 선동적인 경고장. 아예 그들을 봉건적 위계질서의 추종자로 묶어버린 데에서 종속이론이 연상되기도 함.


 노골적인 선동성에도 불구하고 이런 류의 영화가 늘 그렇듯 본작 역시 자국과 지구촌에 대한 진단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흡혈귀라는 소재로 봉건 이념과 집단의 연속성을 명료하게 정리한 각본과 영상 자체에는 지지를.



(2023년 9월 24일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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