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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백하 Jun 18. 2024

듄2 후기라기보다는 대충 주저리

 듄2에 대해 하고픈 얘기가 딱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약간 사회적인 문제고 하나는 땅에 대한 방식.


1.

 사실 할리우드 영화 보면서 리버럴 운운하는 것만큼 한심한 짓이 없지만(애초에 볼 게 없음 다 거르면)

 그럼에도 따지고픈 영화들이 몇 개 있습니다. 작년에는 프랑스한테 매우 무례한 방식으로 보수 지지말고 이민자나 받으라고 설교하던 <나폴레옹>이 그랬고요.


 하코넨과 황제로 대표되는 서구 제국주의자들에 맞서 중동 토착민 프레맨과 백인 귀족 폴이 함께하는 범지구적 리버럴 연대. 그러는 한편 서구가 심어놓은 관념이라며 그들의 토착 종교이자 보수성인 '리산 알가입'을 버리라 요구합니다. 근데 리버럴 자체가 서구 관념이라서 좀 웃기죠


 리버럴 영향 잔뜩 받고 정작 서구 탈피 웅앵웅하는 이슬람 소수 지식인 내지는 정치가들이나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물론 듄은 제3세계 지식인들이 아닌 서구권 사람들에 의해 쓰인 글이지만 여러모로 악마의 시 쓴 살만 루슈디 이런 분들 떠오르는 작품이었습니다. 우주 판타지라기보다는 되도 않는 리버럴 연대로 보수주의자를 몰아내자는 그들의 연대 판타지물.


2.

 그리고 땅에 대한 방식이라면 이 영화 사막이 나온다는 점. 그런데 이 사막이 최근작 중에는 <매드맥스>나 <바르도> 같은 데에서 묘사되던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사막은 드넓은 공간이나 동시에 어떠한 공간감을 상실한 듯 보입니다. 평원 위에 물체가 있어서 그 위에 있는 물체들이 나름대로의 관계를 맺으며 일종의 장을 형성하는 그런 장면들이 이 영화에는 없습니다. 매 순간이 한폭의 그림이라 매 장면마다 완성은 돼 있으나 철저하게 분리돼 있는 형태를 띕니다.


 예를 들어 형 라반이 프레맨의 본거지를 공격하는 장면. 먼지에 휩싸이고 화면을 어둠으로 물들였다가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까지. 여기에는 사막의 공간에서 형성할 수 있는 장이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꼭 평원을 다루는 영화들이 눈에 띌 뿐, 나는 꽤 많은 영화들이 일종의 장을 만든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아 영화는 그게 압도적으로 적다고 느꼈습니다.


 영화는 아니지만 최근 작품 중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에 묘사되던 사막이 듄2의 사막과 비슷한 묘사죠. 그 중에서도 난 삼체 쪽이 더 맘에 듭니다.



(2024년 3월 31일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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