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섬
어떤 이들의 성공 사례는 나와 관계가 없는 것 같아요. 삶의 파동은 각자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다른 삶의 성공은 그 사람을 떠나면 죽게 되고 내게도 죽은 성공담이 됩니다.
우리의 삶은 통제도 예측도 불가능한 까닭에 노력이 모두에게 같은 결과로 나타나지 않아요. 수많은 경우의 수를 배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과 형태가 다른 나의 삶을 동일한 틀 안에 끼워 넣는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지요. 성공한 삶을 신봉하는 편향성으로 인해 자신의 고유한 삶은 땅속에 매장되어 버려요.
같은 구조의 집, 같은 책, 같은 기준, 같은 음식, 같은 세계관, 같은 혐오와 증오, 타인의 가치관과 시선에 얽매인 삶… … 가능성은 다면의 옷을 입고 우리의 삶 속을 떠다녀요. 우리가 고유한 꿈과 노력이 축적된 파동으로 휘몰아칠 때, 비로소 고유한 나의 삶이 태어나요.
유년 시절에 미술학원을 못 가게 된 제게 정순 씨가 말했어요. 네 아빠는 일을 하지 않고 엄마 혼자 다섯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해. 그래서 너를 학원에 보낼 수가 없어. 네가 가난을 이유로 비뚤어질 수도 있고, 그 조그만 가슴에 피멍이 들 수도 있어.
하지만, 공부는 하기 싫어도 책은 읽어라. 도서관이 가까이 있잖아. 그럼, 네게 가능성도 가까이에 있는 거야. 돈이 없어서 꿈을 포기하는 삶보다, 돈이 없어도 꿈에 이르는 길을 찾는 삶이어야 해. 그 길이 책 속에 있어. 그리고, 돈이 원수 같아도 돈 벌자고 살지 말고 네가 죽는 순간까지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러면 물질은 자연히 그 뒤를 따라온단다. 그 당부에는 운명에 무너지지 말고 너의 고유한 삶을 살라는 메시지가 읽혀요.
세상에는 태풍을 불러오는 나비가 있고, 한 송이 꽃이 꺾이는 소리에도 온 우주가 울린다는 말이 있듯이, 티끌과도 같은 존재 하나가 온 우주가 될 수 있음을 그런 존재가 나임을 깊이 생각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