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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멀끔 Aug 16. 2024

은수저를 위한 격문 5 : 은수저의 축복

제군들만의 축복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길.

제군들,


그대들이 받은 축복을 논하기에 앞서,

삶을 행복하게 사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성공한 미래에 대한 기대감?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열정?

압도적인 부?


사람에 따라 모두가 답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각각을 단편적으로 보자면, 미래에 대한 결과는 필연적으로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으며, 열정은 생각보다 그 유통기간이 짧거나 등락이 불안정하다.


결정적으로 현재를 부속품으로 갈아 넣거나 진짜 제대로 된 의미 있는 인생은 언젠가의 나라로 꾸역꾸역 미뤄둔 채 암묵적으로 현재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역풍을 맛볼 수도 있다.


물론 미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중간 과정의 순간에도 우리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아래 같은 전제가 충족 된다면.


그것에 몰입하였을 때.


그 몰입으로 오늘이 충만히 느껴졌을 때.  


이것은 제군들을 현혹하기 위해 그럴듯하게 지어낸 말이 아니다.


석가모니와 수많은 서양 철학자들 역시 한결 같이 말하는 행복의 비결은 바로 오늘에 대한 온건한 몰입으로 미래나 과거가 아닌 오늘로부터 충만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 행복을 결정 짓는 것은 바로 지금, 오늘 보낸 시간의 충만함을 얼마나 충분히 느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축하한다 제군들.


귀 은수저 제군들은 오늘의 몰입에 대해 누구보다도 유리한 입장에 서 있을 수 있는 축복을 받았다.


사실 오늘의 시간에 대해 온건히 몰입하고 오늘의 충만함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것이 행복 쟁취의 훌륭한 수단이라고는 해도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모든 것을 보장할 정도의 부까지는 소유하고 있지 않은 제군들은 온건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좋든 싫든 필연적으로 나태를 경계하고 오늘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며,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미래와 노후는 보장이 되어 있기에 지나치게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되므로 여유 있는 마음으로 오롯이 오늘에 몰입할 수 있는 훌륭한 여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행복하게 사는 데 있어 오늘에 대한 오롯한 몰입이 핵심 조건이라 해서 모두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군들은 가능하다.


제군들은 특별히 뭘 안 해도 인생이 보장된 금수저들보다는 더 텐션 있는 긴장감으로 삶을 임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몰입을 해야 하는 기질을 키워 왔으며,


그렇다고 밑 빠진 독에 물 붇기 같은 희뿌연 미래를 가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오늘만 몰입하여 충만히 살아도 충분히 괜찮은 인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날과 장래를 생각하지 말고 꿈을 꾸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 훌륭한 환경과 기질 속에서 홀가분하고 경쾌한 마음으로 은수저임에 감사하며 오늘에 충만히 몰입할 수 있음을 즐기라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오늘만 몰입하여 살아서는 곤란한 부류들도 분명 존재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늘을 반납하고 미래를 더 많이 생각해야만 하는 그런 삶도 냉혹히 이야기하건대 분명히 존재한다.


제군들이 받은 최고의 축복은 어정쩡한 부 그 자체가 아니라, 바로 오롯이 오늘, 현재의 충만을 위한 몰입으로 행복을 추구해도 된다는 현실적 승인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제군들이 교만한 마음을 가지지는 않기를 바란다.


사실 교만한 마음을 가질 정도라고 하기에도 남사스러울 정도로, 제군들은 대단한 위치에 서 있는 것도 아니며 실질적으로 금수저, 흙수저 제군들보다 반드시 귀 은수저 제군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삶이 충만할 것이라는 보장도 전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제군들이 가지고 있는 특권은 십분 활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군들을 은수저로 만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성실한 스스로의 기질을 활용하고,


완전무결한 보장됨은 없지만 한편으로는 무겁게 발목을 쥐어 잡고 있지는 않은 쾌적한 생존의 텐션 속에서 오늘 마주하고 있는 제군들의 일에 완전한 몰입을 하여 행복을 쟁취하기 바란다.


제군들의 특권으로, 마주 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마음껏 시도해 보기 바란다.

제군들은 그렇게 해도 될 여유가 있으며, 자격이 있는 존재들이다.


제군들만이 가진 그 축복의 기질과 어드벤티지를 허투루 저평가하고 낭비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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