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멀끔 Aug 23. 2024

은수저를 위한 격문 6 : 다른 유니버스는 어땠을까

가보지 않은 길

제군들.


지난 편에는 제군들의 고뇌와 축복에 대해서 논해보았다면 이 시간에는 제군들이 갈망해 마지않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 논해보고자 한다.


제군들의 마음 한편에는 지금 주어진 환경과 이루어낸 삶 속에서 이 길이 아니었다면, 조금 더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더 움직였더라면 어땠을까, 또 다른 유니버스에서는 어땠을까 하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후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제군들이 자기 재량에 한 껏 어울리는 길을 끝까지 고집스럽게 갈구했다면 엄청난 부와 성공의 자아실현을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조금만 더 현실 감각이 있었더라면, 혹은 조금 더 과감했더라면,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았더라면 완전히 다른 찬란한 삶을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군들.


지금 제군들이 서있는 자리야말로 제군들의 DNA가 본능적인 무의식 속에서 치밀하게 고민하고 저울질하였으며 그 와중에서 과감한 도전을 던졌던 결과이자 자리인 것이다. 제군들이 갈구했던 이상향으로 죽을힘을 다해 근접한 결과이며, 제군들이 죽기보다 싫었던 것들을 가능한 여건 하에서 최대한 영악하게 회피한 자리가 바로 제군들이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인 것이다.


제군들이 만들 수 있었던 수많은 가능성의 유니버스 속에서 지금 서있는 그 자리가 결단코 가장 밑바닥에 있는 유니버 스였을 리는 없다.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부와 성공의 이미지보다도, 제군들이 무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맞는 방향으로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과 도전 속에서 해 집고 나온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제군들은 은수저라는 백그라운드를 깔고 태어났다.


완전히 다른 유니버스를 생각해 본다면 그 은수저부터 반납을 해보고 다시 랜덤 주사위를 굴려보기로 하자.


제군들의 부모님들은 가족과 자식들에게 헌신하고 내리사랑을 주는 평범하다면 평범하지만 결코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닌 숭고한 부모로서의 환경을 제공해 주었으며,


그 안에서 제군들에게 어느 정도의 윤택한 선택의 길을 제공하였으며,


그 대물림으로 인해 비슷한 환경, 혹은 가치관의 배우자를 만났을 것이며,


평범이라는 따뜻한 바운더리 안에서 어느 정도 안정된 노후를 바탕으로 적당히 만족스럽고 적당히 불만족스러운 오늘을 살아가며 한편으로는 미래에 대한 꿈과 그림을 어느 정도 낙낙한 마음으로 준비해 가고 있을 것이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은수저를 반납한 후, 제군들의 또 다른 가능성의 유니버스가 이보다 더 나았을 확률을 생각해 보라.


그렇다.


제군들은 실질적으로 삶의 유니버스 뽑기 1/5 이상의 상위 랭크에 당첨되었으며, 제군들이 선택하여 서있는 그 길 역시 수많은 흥망의 삶에 대한 가능성 중에서 상위 랭크의 그림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이것은 물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부와 속세의 성공 기준에서 말한 것이 아니다.

타인의 시선을 벗어나 스스로에 대한 마음으로 냉철하게 보았을 때, 결국 이것이 다른 무한한 변수의 가보지 않은 가능성의 유니버스들보다도 제군들이 바라마지 않던 삶과 조금은 더 근접한 삶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더군다나 제군들은 은수저다.

앞편에서 말한 바와 같이 오늘만을 몰입하여 실아도 되는 승인을 받은 축복의 환경이자, 여유 있게 내일의 꿈과 도전을 그림 그려 볼 수 있는 과거, 현재, 미래가 균형 잡힌 태생과 삶인 것이다.


물론 귀 제군들의 지나온 삶 역시, 금수저와 흙수저 사이에 일련의 백기사 같은 정의의 구간에 한사코 머물고자 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노고와 영광스러운 상처들이 있었는지는 충분히 인정을 한다.


다만, 귀 은수저 제군들도 이제 영악하게 일어나 제군들의 특권과 환경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군들이 서있는 곳은 자칫 훨씬 더 저 아래의 컴컴한 절벽 아래에 였을 수도 있었으며,


제군들의 지금 삶은 충분히 찬란한 상위 랭크의 유니버스 일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한다.


그러니,

제군들의 수저와 그 바탕에서 일궈온 이 곳을 충만한 기분으로 즐기면서 가꾸어가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은수저를 위한 격문 5 : 은수저의 축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