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돌멩이
여름의 더위가 절정이던 어느 날, 바닥에 깃털 하나가 움직이는 걸 보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까만 개미 한 마리가 온 힘을 다해 자신보다 몇십 배는 커 보이는 깃털을 옮기는 중이었다. 얼마나 끌고 갔던 건지, 어디까지 가는 건지 엎치락뒤치락하며 애를 쓴다. 문득 저렇게 작은 개미 한 마리도 저렇게 애를 쓰는데, 나도 힘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봐야 보이는 이런 작은 생명에게서도 감동을 받는다. 인생을 배운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삶이 어디 있으랴. 반구십을 사는 동안 사는 게 쉽다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어느 새벽, 누군가 온라인에 힘겹게 써 내려간 글을 봤다. 나는 이렇게 힘이 드는데, 당신들은 어떻게 매일매일이 그렇게 즐겁냐고. 오늘은 또 뭘 하며 즐겁게 지낼 거냐고. 당신들이 부럽다고.
유난히 밖에서 많이 웃는 시기가 있었다. 집안에 힘든 일이 있어, 도저히 이대로는 살 수가 없어서 밖에 나가 정신을 딴 데 돌렸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웃는 모습만 본 사람들은 내가 곱게 자라 굴곡 없이 평탄하게만 살아온 줄 알았다고 했다. 그렇게 못 살았으니, 살아내고 싶어서 애쓰는 것뿐이다. 유난히 건강을 챙기며 건강해 보이는 사람들은 한때 건강을 잃어봤거나, 가까이에서 잃는 걸 본 사람들이기도 하다. 결핍이 있는 사람은 애써 빈 공간을 충족시키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채워진 그 공간이 더 커 보이기도 한다. 행복해 보이고 다 가져 보이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저마다의 힘듦이 있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인생엔 각자 안고 가야 하는 돌멩이가 있는 거죠. 세상 편해 보이는 사람 주머니에도 자기만의 무거운 돌멩이가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누굴 부러워할 것도 없고요. 너무 자책할 것도 없어요.
누구나 인생의 돌멩이 하나쯤은 있는 법이다. 그러니, 왜 나만 사는 게 이렇게 무겁고 힘드냐고 억울해할 필요는 없다. 그저, 인생의 길에서 힘이 들 땐 그 돌멩이를 한 번씩 엎치락뒤치락해 보며 갈 길을 가면 될 일이다. 나도 다시 힘을 내봐야겠다.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내는 중이라는 글을 썼던 당신도 힘을 내길, 힘이 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