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tstrapping
한국에서의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거나 정부사업을 통해서 지원을 받아 시작한다. 에코브는 후자를 통해 운영을 하고 있는 경우이다. 최근 오랜만에 참가한 데모데이에서 느꼈던 점을 서술해 본다. 투자자들에게는 최대한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국내 투자자들의 성향은 늘 우선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이익 실현이다. 이들을 만나다 보면 특유의 레토릭이 있다. 투자자를 부모의 입장, 스타트업을 입시를 앞둔 수험생에 비교해 보겠다. 자신의 아이들이 강남학군에 강남아파트에 대기업을 다니길 원하는 학부모의 욕망처럼, 모든 스타트업들을 강남에 사무실을 차리고 두 가지밖에 없는 출구전략을 향해 전력질주를 하는 경주마로 만들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개척하는 사업아이템이란 자녀가 난데없이 비인기 전공과목을 선택한다거나 돈도 안 되는 예술을 한답시고 공부를 접는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십 수년 전부터 해 온 일도 비슷하다. 자동차의 기술과 자전거 산업을 결합하여 새로운 제조방식을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하드웨어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공통적인 피드백을 받게 된다. 모빌리티 서비스는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기업들이 하는 영역이기에 에코브의 비즈니스 모델에 모빌리티 서비스를 포함시켜야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조언을 많이 듣는다. 모든 과목을 다 잘해서 어디 내놓기에 부끄럽지 않은 자식이 그냥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그건 부모의 욕망이다. 모든 아이들이 의대를 가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집안에 의사하나 두고 싶은 부모의 욕심처럼, 어쩌면 투자자들 역시 그런 욕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업의 본질과 세상에 대한 기여를 보는 것이 아닌, 그 업을 통해 얻어질 후광과 부수적인 유무형의 파생 가치들을 더 중요하게 봤기 때문으로 느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느 누구 하나 그러한 태도와 현상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노동환경 개선’, ‘교통약자배려’, ‘마이너 시장’, ‘지방도시’, ‘형평성’, ‘친환경’이라는 단어는 그들에게는 낭만적인 잡소리이다. 그래서 똑같은 내용을 ‘물류효율개선’, ‘아마존의 수요증대’, ‘부품판매로 인한 파생수입 확대’, ‘모빌리티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한 도심말단이동 및 수송시장의 선점’ 등과 같은 누가 들어도 잘 이해는 안 가지만 돈 냄새가 나는 워딩으로 채워 넣을 계획이다. 우리도 투자자 비위는 맞춰야 하니깐. 그동안 우리는 소프트웨어 없이 순수 하드웨어만으로 국내에서 전기자전거를 만들어 사업을 한다고 하면 중국제조품의 가격경쟁력과 어떻게 싸워낼지 고민했어야 했다. 사실 상식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국내시장, 그것도 일반자전거의 영역에서 승부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그 결과물을 유럽시장에 특화된 카고바이크(화물전기자전거)로 구성했고, 전혀 다른 시장에서 기회를 얻었다. 중국제품을 유럽에 수출하기 위해선 덤핑관세를 물게 되지만 한-EU FTA협정은 한국에서 자전거를 제조하기에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한국시장에서 돈 벌기 쉬운 방식을 선호한다. 해외진출은 그 이후에 고려 요소이다. 그래서 우리가 해외 수출, 유럽시장 얘기를 먼저 꺼내는 순간 이들은 항문으로 음식이 들어가 입으로 뱉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우리는 자전거의 대량생산방식이 이 산업의 미래패러다임이 될 것임을 예견하고 있었다. 또한, 모듈러 방식과 커스터마이징을 고려한 기획과 설계방식이 핵심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를 증명하는 것이 이렇게 오랜 시간 인내해야 하는 건지는 몰랐다. 앞으로 10년을 더 해야 할지 그때까지 할 수나 있을지 조차 모르는 우물 찾는 곡괭이질을 끊임없이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독일최고의 카고바이크 기업의 부품개발 요청이 들어오고, 공공시장 조달청에 유일한 카고바이크로 등록이 되어있었다. 국내에 존재하지 않았던 카고바이크의 법적지위를 확보했으며 KC안전인증 기준이 생겨나게 되었다. 투자받지 못한 스타트업도 국내에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우물 찾으려고 곡괭이질을 하다가 밭을 만들어 버린 셈이다.
유럽의 카고바이크 시장은 다양한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자신들만의 완성차를 만들어내는 시장이다. 그들의 제조방식은 기존의 일반 자전거를 만들던 방식이며, 중국에서 수입이 어려워지자 높은 인건비를 들여 로컬에서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일부업체는 이미 파산을 선고했으며, 살아남은 업체들 간에는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그 뒤에는 역시나 자동차 부품 대기업들이 존재한다. 이는 결국엔 대량양산방식의 카고바이크 플랫폼의 경쟁구도가 벌어질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일어나지도 않은 전쟁을 10년 전부터 준비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음을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왜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왜 버티고 살아남아야 하는지를.
한국의 공무원들과 정부를 설득하는 과정을 사업계획서에 포함한다면 성질 급한 투자자들에게는 한가하고 낭만적인 소리로 들릴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러한 사람들을 위한 시간과 에너지를 더 이상 소비하고 싶지 않다. 국책과제를 통해 이루어지는 연구개발을 폄훼하는 사람들의 돈은 필요하지 않다. 소명감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사람들의 조언도 없어도 된다. 스타트업의 보육커리큘럼에는 아쉽게도 '투자받지 않고 살아남는 법'이라는 챕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투자자들의 마음에 드는 사업계획서 작성법'이라는 것은 바이블처럼 돌아다니며 중개인까지 활개 치는 사교육 시장이 되어버렸다. 자생력을 가진 회사가 되거나 투자를 잘 받는 회사가 되거나 둘 중에 하나이다. 안타깝게도 자생력에 관심 없는 일타강사들에게 맡겨진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미래가 불안하게 느껴진다. 대한민국 스타트업들에게 10년 뒤에도 같은 일을 하고 있을 것인지 물어본다면 과연 몇 명이나 '네'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뿌리와 땅을 가꾸지 않은 포도농장에서 모든 사람이 와인만 팔 생각을 한다면 과연 그 농장은 얼마나 지속될까? 땅을 일구고 개척하고 나무와 줄기를 손질하는 귀찮고 힘든 일들을 해내는 농부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많아지고 이들이 지속가능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발판이 마련되어야 한다.
Start-ups in Korea start with investment or support through government projects. eccov is a case in which it is operated through the latter. Let's describe what we felt at the Demo Day that we recently participated in after a long time. For investors, the most important thing is whether it is a business that can make the most money in the shortest possible time. There is always a priority for domestic investors, so it is profit realization. When you meet them, there is a unique rhetoric. Suppose the investor is a parent and start-ups to student who are about to enter the university entrance exam. Just like parents' desire for their children to attend Gangnam School District, Gangnam Apartment, and large corporations, it would be a frank feeling to make all start-ups a racehorse that opens offices in Gangnam and sprints toward the only two exit strategies. A business item that pioneers a non-existent market will not be much different from a child suddenly choosing an unpopular major or giving up studying to do an art that doesn't profitable.
It's similar to what I've been doing for decades. By combining automobile technology and the bicycle industry, we created mobility hardware based on a new manufacturing method. Common feedback is received along the way. Mobility service is an area that software development companies do, so many people advise that I need to include mobility services in eccov's business model to make a lot of money. We can't just make a child who is not ashamed to present every subject well. It's a parent's desire. Not all children want to go to medical school. Just like parents' desire to have a doctor in their family, perhaps investors want to build a portfolio with that desire. This attitude seems to be due to the fact that the halo and incidental derivative values that will be obtained through the work are more important than seeing the nature of the work and its contribution to the world. Ironically, no one complains about such attitudes and phenomena.
The words 'improving the working environment', 'consideration of the weak', 'minor market', 'local city', 'equity', and 'eco-friendly' are romantic mischievous to them. So, the same content will be filled with Wording that smells of money, although I don't understand it well by anyone, such as "improving logistics efficiency, " "increasing demand for Amazon, " "expanding derivative income from parts sales, " and "preoccupying the transportation market through links to mobility services." We also have to keep up with the investor's favor.
In the meantime, we should have thought about how to fight the price competitiveness of Chinese products if we make electric bicycles in Korea without software and do business with only pure hardware. In fact, it is impossible even for common sense. If we compete in the domestic market, even in the area of regular bicycles, it is impossible. As a result, cargo bikes specialized in the European market were constructed, and opportunities were gained in completely different markets. Dumping tariffs are imposed in order to export Chinese products to Europe, but the Korea-EU FTA agreement is a great incentive to manufacture bicycles in Korea. However, investors prefer a money-making approach in the Korean market. Overseas expansion is a factor to consider afterwards. So the moment we talk about overseas exports and European markets first, they react as if food enters the anus and spits it out with their mouths.
We were predicting that the mass production method of bicycles would be the future paradigm of this industry. In addition, we know that planning and design methods considering modular methods and customization are becoming core competitiveness. However, I didn't know that proving this required such a long patience. I constantly dug a well that I might be able to do until then or if I had to do it for another 10 years.
As a result, a request for parts development from Germany's best cargo bike company came in, and it was registered as the only cargo bike in the Korean Public Market Procurement Service. The legal status of cargo bikes, which did not exist in Korea, was secured, and KC safety certification standards would be created. It proved that even startups not haven’t received investment enough can be a pioneer in the market that did not exist in Korea. In other words, we created a field while picking a pickax to find a well.
Europe's cargo bike market is a market where various startups create their own complete bike brand. Their manufacturing method used to be making regular bicycles, and when imports from China became difficult, they began to manufacture them locally at high labor costs. In the meantime, some companies have already declared bankruptcy, and surviving companies seemed forming cartels. Behind that, there are also large automobile parts companies. In the end, it can be seen that the competition structure of the cargo bike platform based on mass production will take place. I only recently realized that this is why we have been preparing for a war that hasn't even happened for 10 years. Why we have to keep doing this, why we have to endure and survive.
If the business plan includes the process of persuading Korean officials and the government, it may sound leisurely and romantic to short-tempered investors. So we don't want to spend any more time and energy for such people. There is no need for money from people who denigrate R&D through national projects. There is no need for advice from people who hurt the hearts of those who do business with a sense of calling. Unfortunately, there is no chapter called 'How to survive without investment' in the curriculum of startups. On the other hand, 'how to prepare a business plan that investors like' has become a private education market where brokers are active while walking around like a bible. It is either a company with self-sustainability or a company that receives investment well. Unfortunately, the future of Korean startups, entrusted to one instructor who is not interested in self-sustainability, feels unstable. If you ask Korean startups if they will still be doing the same thing in 10 years, how many people can say yes?
How long will the farm last if everyone only thinks of selling wine in a vineyard that has not been cultivated for its roots and land? There should be more start-ups such as farmers who do the annoying and hard work of cultivating and pioneering the land and trimming trees and stems, and a foothold should be established for them to do sustainable bus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