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좀머씨 Jul 17. 2024

학교 가기 싫은 아이

아침 열 시까지 학교에 가야 하는 아들. 여덟 시에 일어나야 제시간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아들의 뜻에 따라 아침 8시에 조심스럽게 아들의 방문을 연다.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얼굴을 쓸어내린다. 이불을 애벌레처럼 몸에 감고 신경질 장전. 아들의 신경질적인 목소리는 내 가슴을 찌르고, 슬퍼진다. 다행히 방학이라 내가 출근을 해야 하거나 다른 것을 급하게 돌볼 필요가 없는 때라서 내 마음에 여유가 있는지 화가 난다기보다는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도대체 무엇이 열일곱의 이 아이를 이토록 힘들게 하는 걸까. 눈뜨기도 싫고, 침대 속으로 파고들게만 하는 것일까.


오늘 시작하는 3주간 진행되는 대학진학준비 과정을 앞두고 이미 며칠 전부터 학교 가는 것을 아들이 걱정하고 있었다. 어제 아이의 침대 시트와 이불을 세탁하여 새로 깔아주고 옷정리를 하며 좀 더 정돈된 주변 환경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다. 호건아 엄마가 침대시트 바꾸니깐 좋아? 이불은 괜찮았어? 옷을 여러 개 꺼내보며 정리된 옷들 중 어떤 옷을 입으면 좋을지 대화를 시작했다. 학교 가기 싫다는 거부감으로 가득 찬 아이의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길 바라면서… 아이는 다행히 기분이 좋아졌고, 부엌에서 엄마가 아침을 준비할 동안 옷을 갈아입고 내려오라고 이야기하고 기쁜 마음으로 방에서 나왔다. 8:25


아침이 준비되었고 아직도 내려오지 않은 아들이 걱정이 되어 다시 부르러 올라갔다. 아들은 나의 노력이 무색하게 다시 이불 속에 들어간 채로 친구랑 통화를 하기 위해 이어폰을 끼고 있는 건지 음악을 듣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어폰을 낀 채로 침대에 누워서 짜증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호건아 이제 9시니깐 정말 내려와야 할 것 같아. 자꾸 잔소리를 하면 더 신경질을 돋우는 것일까 봐 다시 한번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내려올 것을 부탁하고 부엌으로 내려왔다. 열 시까지 가야 하니 아무리 늦어도 9:40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9시 반에도 내려오지 않은 아들 때문에 속이 타들어갔다. 겨우 타이르고 어루만지고 일으켜서 11시가 다 되어서야 학교에 내려줄 수 있었다.


이틀째 되는 날은 몸을 손가락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화를 내며 첫째 날 보다 더 심각했다. 엄마 아빠가 잔소리를 하고 자기를 건드리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며 엄청 화를 냈다. 역시나 11시가 넘어서야 데려다줄 수 있었다.


첫째 날 둘째 날 모두 픽업할 때는 아이가 밝은 얼굴이었고, 학교가 좋았다고 하니 이 아이의 마음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셋째 날은 결국 열두 시가 넘어도 일층으로 내려오지 않았고 결국 결석을 했다. 남편은 아들의 증상을 의학적으로 정의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말을 했고, 수면을 전공으로 하는 의사인 친구에게 연락을 해보면 어떻게 하겠냐고 했다. 그 친구가 호건이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터였고, 지푸라기라도 잡아야겠다는 심정으로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천사 같은 그녀는 전화통화를 통해 그녀의 전문지식과 네 아이의 엄마에서 오는 편안함으로 호건이의 어려움을 인정하며 잘 들어주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 스스로의 생활 패턴을 바꾸고 아침에 일어나려고 하는 의지를 갖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45분이라는 긴 시간을 바쁜 그녀가 내어준 것이 정말 너무너무 고마웠다. 그녀가 제한한 다른 보조적인 방편들도 호건이가 다음날 일어나는 데 도움이 되었겠지만, 그녀의 진정 어린아이와의 대화가 아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대화가 주는 큰 힘을 목격하며 별 진전을 보이지 않던 아이의 상담을 멈췄던 것을 재개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상담서에게 아의의 어려움과 치료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을 분명히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온라인으로만 하던 상담을 직접 방문으로 바꾸어 예약을 하였다. 다음 날 아침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아들은 제시간에 일어나 주었다. 그리고 오늘은 학교 가기 여덟 번째 날. 그날 이후 늦지 않고 잘 가주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I로 지내야 했다가 E로 돌아오기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