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어요. 안 먹어요." 문을 나서며 말한다.
2007년. 고등학교를 재학 중일 때다. 매일 잠과의 사투를 벌였고. 어머니는 나와의 사투를 벌였다.
"아침밥 먹고 가." 365일간 들었던 잔소리 아닌 잔소리다.
자식을 굶기지 않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셔서 아침밥을 준비하셨던 어머니. 어머니의 마음도 모른 채 집을 나선다.
며칠 뒤, 어김없이 밥 먹고 가라는 소리가 들렸고. 듣는 시늉만 하고 문을 나섰다. 학교에 도착해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수업 준비에 들어갔다. 9시 45분이 되었고. 쉬는 시간이 다가왔다.
배가 고팠다. 친구에게 매점 가서 빵 사 먹자고 했다. 매점 줄을 기다리는 동안 친구에게 물어봤다.
"너도 어머니가 아침밥 먹고 가라고 하셔?"
"아니? 아침밥 먹을 시간이 어딨어"
"그렇지? 나도 아침밥 먹을 시간에 잠을 더 자고 싶은데. 어머니가 20분 정도 일찍 깨워서 밥 먹으라고 하셔"
어머니의 마음을 몰랐던 나는 점심시간 전에 매점 가서 빵을 사 먹는데 진심이었다.
저녁 10시. 야간자율 학습이 끝났다. 친구들과 떠들며 집으로 향했다. 집을 도착하니 오늘 어땠는지 안부를 물어보신다. 대충 둘러대고 냄비에 물을 올린다.
물이 바글바글 끓는다. 면과 스프를 넣고 젓가락을 휘적인다. 1분이 지나고 식탁에 냄비를 가져와 먹을 준비를 한다. 한 젓가락 뜨려고 하는 순간.
어머니가 화를 내신다.
"늦은 시간에 라면을 먹으니까 아침밥을 안 먹지."
"아침밥 안 먹을 거면 라면도 먹지 마."
쌓인 게 많은듯했다. 어렸던 나는 감정이 폭발했다.
"아침밥 먹는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강제로 먹이려고 하자나."
"내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둬"
감정만 상한 채 하루가 마무리됐다. 밤 새 씩씩거렸고. 잠 못 드는 밤이었다.
어김없이 다음 날이 되었고. 어머니는 말없이 아침밥을 준비하셨다.
시간이 훌쩍 지나. 30대 중반이 됐다. 점심 식사를 하려고 식당에 왔다. 순두부찌개를 시키고 기다리고 있다. 이 식당은 아침 시간에도 분주하다. 식당 앞을 지날 갈 때마다 찌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찌개 냄새는 콧속으로 들어와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키는 150 후반 대에 마른 체형. 하얀 피부에 풍성한 머리숱. 동그랗고 각진 안경을 쓰고 있다. 식당 아주머니다. 아주머니를 보니 어머니가 떠오른다.
힘드셔도 아침밥을 먹이려고 하셨던 어머니. 돌이켜 보니 "죄송합니다"라는 사과 한 마디 없이 15년이 흘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죄송합니다. 어머니" 이 말이 왜 어려웠을까. 철없던 시절. 돌아오지 않을 2007년. 늦었지만.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리며 말해본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