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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랖 Aug 19. 2024

에이~그래도 죽는 것보단 공무원 때려치는게 낫잖아요

나의 짧은 나랏밥 먹은 이야기- 면접 #2

천사들의 속삭임을 들으려 화장실 문짝에 찰싹 붙어

엿듣기 시작했다


“그니깐..그 세모녀 사건이.........”(소리가 멀어져 간다)


에이~ 편안히 볼일 다보고 가시지 손만 씻고 휙! 나가버리는 모양새다


오예! 앗싸!

요즘 언론에서 한참 시끌시끌했던 일명 <세모녀 사건>이 면접 시험문제다 이거지??

으흐흐흐흐



조용히 자리로 돌아와 폭풍 검색을 했다.

그리고 사건 발단부터 전개, 이모저모 고모까지 ㅋㅋ

샅샅뒤적거리며 매의 눈으로

예상문제를 나혼자 뽑고 답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할 때쯤

내 번호가 속해있는 거의 마지막 조가 대기실로 불려갔다.


시험문제의 답을 다 아는자의 뒷모습은

이리도 당당하단 말인가


힘차게 걸어서 면접장으로 들어섰다

5명의 면접위원들이 면접자 1명에게 질문하는 일명 압박면이었다


훗! 괜찮아~ 나는 알고 있으니깐~~


“ 우리 00광역시가 추진하는 사업중에 혹시 아는게 있으면 말씀해 보세요!”


없다..전혀~


그래도 홈페이지에서 눈팅했던 몇 개가 겨우 생각나 힘겹게 답변했다.


“우리 00광역시의 5대 시정목표는 무엇인가요?

.

.

.

질문은 계속 됐고 의기양양하게 들어갔던 내 첫인상과는 다르게 면접을 마친 나의 마지막 인상은

인상깊도록 좌절스러웠다.


하늘이시여~

세모녀 사건은요? 예상문제라고 찝어주셨잖아요? 아녀?


그래~ 세상이 언제부터 내편이었다고...


면접을 마친후 시청 문앞에서 고개를 푸욱 숙이고

“아~ 그 문제는 답변을 이렇게 할껄..”하고 내 신발 앞코와 눈맞춤하고 있을때

인기척이 있어 옆을 봤더니 ㅋㅋㅋ


나와 같은 조였던 분들이 거의 같은 자세로 한숨과 함께 본인 발과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예상문제?는 완전 빗나갔지만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해두자.

진짜 뭐라고 답했는지 1도 생각이 안나지만

그 순간만큼은 눈알도 돌리고 뇌도 찔러가면서

모든 단어를 집약해 대답했으리라...

생각하자. 그래야 마음이라도 편하지..

.

.


.


손톱을 잘근잘근 씹고 뱉기를 반복하고  그 답변을 왜그렇게 했냐!! 하는 자책으로 이불킥을 몇백 번 넘게 할때쯤

나는 최종합격 문자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며 더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신체검사와 구비서류를 제출하고 날짜에 맞춰

공무원 교육원으로 모였다

근무하고 싶은 구에 1지망, 2지망, 3지망까지 써서 제출하는데 이게 또 눈치싸움이다.


우리 광역시는 동구, 서구, 남구, 북구, 광산구..

이렇게 5개의 구가 있는데 소문에 의하면

성과급과 출장비가 타 구에 비해 높은 구는 서구! 

일이 드럽게 힘든 구는 광산구!! 구민들이 별로 없어서 출장비마저 줄 여력이 없게 밀려 늦게 준다는 동구!!


인기가 높은 구는 단연 서구였고 서구로 1지망을

다 써버리면 무작위로 가장 힘들다는 광산구

착출 된다는 어마무시한 소문이 돌았다.


하~ 시험끝나서 뇌에게 휴식을 좀 주려고 했더니

이건 또 머선 일이고..


나는 면접스터디? 요런것도 안하고 혼자 조용히 면접보고 합격한 사람이라 웅성웅성 타협하는 무리들에 끼지도 못하고 멀뚱멀뚱 있다가

혼자 앉아있는 어떤 분에게 용기내어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혹시..혼자 오셨으면 같이 식사..


식사 같이..“


그 분도 기다리셨다는 듯 동시에 “식사”를 외쳤다.


 너무 반가워서 손을 꼬옥 잡아버릴 뻔 ㅋㅋ


그게 인연이 되어 나는 그 언니와(나보다 1살 언니,

영원한 내동기 정은언니)지금까지도 절친으로 지낸다


언니! 어디로 지망할거야? ”


나? 그냥 남구!”


?”


남구에 사니깐!‘


크~ 현명하다 현명해!! 

머리굴려봤자 답이 나올것도 아니고 정은언니도 나도 남구에 산다

남구에 사니까 1지망은 남구!, 복지가 좋다니깐

그럼 2지망은 서구!!

요렇게 써서 제출했다.


다음 교육 때 결과를 알려준다고 했는데...아..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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