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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 Aug 21. 2024

널다

그대의 젖은 마음도 말렸으면 좋겠어요

구름 사이로 살금 거리던

햇살이  내려오면

한 톨의 빛도 아까워 달렸어요


양말을, 속옷과 수건과 셔츠와 바지를  

얼른 펴서 보여 주었어요


슬쩍, 비에 젖은 마음도 널었어요

뽀송한 봄볕이 스며들게요



벌써 까마득한 날들을 더듬어야 할 만큼 잊혀진 계절입니다. 지난 2, 3월의 제주는 비와 구름으로 채색하던 날들이었죠. 때 아닌 겨울장마로, 당연하게 누리던 햇살이 그리웠죠. 매몰차게 떠난 첫사랑의 조각들이 빗물에 떠내려 왔죠. 가끔 한조각 눈부신 햇살이 내리던 순간이 있었죠. 빛을 머금은 내음을 받기 위해 빨래를 들고 내달렸습니다. 문득 젖은 것은 대지와 빨래만이 아니란 걸 깨달았죠. 언제부턴지 모를 흠뻑 젖은 마음도 수줍게 내밀었습니다.


햇님은 외면하지 않으리란 걸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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