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인간을 말하다
가끔씩 삶을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 고민할 때가 있다. 그러한 고민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사치스러운 일일 것이다.
나에겐 그냥 호흡하고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삶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었다.
스물아홉 살의 나는 혈육의 말라빠진 잘 생긴 손을 붙잡고 제발 죽지 마라 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는
눈에 눈물을 흘리며 죽어갔다.
서울로 이사 가며 카레라이스와 어묵탕을 해주고 그 따뜻한 국물의 온도가 내 몸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하늘에 별이 된 친구의 죽음도 나는 알고 있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삶의 가장 큰 목표는 그냥 살아 있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랫동안 함께 있어주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삶은 의미 있고 대단했다. 우울증으로 힘들어할 때 나의 가장 큰 목표가 딸이 스무 살까지 살아 있는 것 이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삶은 그 자체만으로 굉장히 고귀했고 목표였다.
그렇지만 삶을 이어가면서 생기는 그 긴 시간들은 그냥 숨만 쉬기에는 너무 무료했다.
그래서 삼십대에는 내가 큰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으며 재테크에 매달렸다. 그때는 부동산이 한참 날아서 나도 그 날개에 편승해 큰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착각했었다.
그렇지만 부자는 그 부자의 그릇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온다는 것을 들었다. 나의 지금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의 크기라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
그렇지만 오십의 중반에 서 있는 지금의 나에게도 이 질문이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아마 지금의 나는 한가하고 삶의 사치를 한껏 부리고 있는 시점이며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조금 더 익숙해져 있는 가보다.
그래서 나 아직도 꿈꾸고 있는 목록을 한 번 적어 보고자 한다.
첫번째로 일본어 상급 수준으로 올리기-- 투어를 가면 여전히 빨리 속도 내어하는 말은 알아듣기가 어려워 대충 임기응변식으로 대답할 때가 많아서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두번째로 글을 계속해서 써서 환갑 선물로 신춘문예 당선 돼 보기--목표가 없으니 시간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흘려버리게 된다. 또 나는 자발적으로는 잘 안 되고 무엇인가 물리적인 힘의 푸시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번째로 자산 합 ㅇㅇㅇ까지 넘기기--알게 모르게 돈의 힘은 크고 도파민이 흐르게 만들어서 자산을 늘려갈 수 있도록 해보기
네번째로 매일 1시간 이상 운동하기--요즈음은 천천히 달리기 , 20층까지 걸어 올라오기, 땅끄부부 따라 하기
그냥 그냥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잘하고 있다.
나 아직 꿈꾸어도 되는 나이인지는 잘 모르겠다.
요즈음 읽는 책에서 화가 마티즈는 죽어 가면서 긴 막대에 목탄을 달아 병원천장에 그림을 그리며 죽어 갔고, 화가 모네도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고 , 아내 자식을 잃는 아픔을 삼키며 마지막까지 수련을 그리며 연작을 완성해 간다.
내가 천재 화가의 삶처럼은 살 수는 없겠지만 이 평범한 내 삷속에서 그대 아직 꿈꾸어도 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