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냥의 체크 아웃
손님냥의 체크 아웃
밤새 난이의 울부짖음에 철야를 한 희나와 여울은 해 뜰 무렵에야 겨우 눈을 붙였다.
난이는 방석속에서도 안 자고 눈이 말똥말똥하다.
둔한 듯 예민하고, 예민한 듯 둔한 난이는 낮에는 얌전하게 방석 속에서 잘 안 나온다.
아침에 잠깐 외출을 다녀오니 집이 조용했다. 오늘 드디어 자기 집으로 가는구나^^
은근 호텔 주인장은 체크아웃을 기다린다.
‘아, 요새 할머니들이 손자는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더니....’
이상하게 가슴 깊숙이 공감이 갔다.
그런데 그 순간.
친구에게서 톡이 왔다.
“대구투어라 너무 늦어져서 오늘은 못 갈 것 같아.”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
“4박 5일이 5박 6일 된다고…?”
호텔 주인장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빨리 안 와도 되니까 늦게라도 와서 데려가.”
나도 모르게 단호하게 친구에게 답장을 보냈다.
나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실은 난이가 밤새도록 울어서 철야근무 했어. 밤에 안 울면 하루 더 데리고 있겠지만, 난이가 너무 힘들어한다”
친구가 걱정할까 봐 그동안 말 안 했는데,
‘오늘도 못 데려간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가는 날 저녁이 되어서는 소파 밑에서 처음으로 잠을 자는 난이를 보았다.
희나는 눈곱이 끼여 가기 전에 떼 주고 싶었는데, 가는 날 저녁에서야 내게 눈곱 떼는 걸 허락했다 ㅋㅋ
친구는 밤 12시가 다 된 시간에 드디어 데리러 왔다.
나는 드라마처럼 눈물의 모자 상봉이 있을 줄 알았다.
난이가 뛰쳐나와 “엄마!!” 하고 달려오는 그런 장면.
하지만 현실은…
뚱—
무심—
삐—
고양이 특유의 세 가지 감정이 한 화면에 펼쳐졌다.
희나는 캣타워에서 멀뚱히 있고,
난이는 소파 밑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순간 오래전 기억이 소환되었다.
내가 일하면서 우리 애들 돌보기가 힘에 부쳐 3살, 5살이던 우리 애들을 한 달간 시골에 맡겼다가 데리러 갔을 때,
아이 둘이 나를 보고 멀뚱멀뚱하던 얼굴.
그리고 큰애는 일주일 간 나를 모르는 척하고 일주일 만에야 나에게 맘을 연일,
둘째 애는 나를 보고 잠시 후에 통곡했던 그 장면이 아스라이 떠올랐다.
고양이들도 결국 비슷한가 보다.
누군가에게 잠시라도 ‘버려졌다고 느낀 기억’은 오래 남는 법.
손님들은 냉정한 호텔 주인장에게 결국 ‘잡혀서’ 케이지 속으로 들어갔고,
그렇게 다시 자기 집으로 딜리버리(배송)되었다.
여울이는 손님이 체크 아웃 한 후 난이가 있던 소파 밑을 자꾸 들여다보았다.
이제까지 손님 냥이가 내뿜던 냄새와 숨결이 남아 있었던 걸까.
다음 날 아침에 친구에게서 톡이 왔다.
“우리 냥이들, 지금 내 머리맡에서 자고 있어.
근데 난이는 아직 삐졌어…
난이는 길냥이에 아픈 애였는데, 한 번 버려진 게 트라우마가 있나 봐.”
아…
그 말에 난이의 밤중 울음이 애달팠다.
고양이가 세 마리면, 성격도 세 가지.
사랑받는 방식도, 상처받는 방식도 모두 다르다.
아침에 친구가 말했다.
“다음에 고양이 정모하자!”
여울이가 손님 냥이의 체취를 잊기 전에 다시 만나면 어떤 표정일지,
벌써부터 조금 설레고… 또 조금 불안하다.
고양이들의 세계도, 사람의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호텔 주인장은 끄덕였다.
ps- 일본 투어까지와서 체크 아웃 편을 올려야 할 것
같은 오지라퍼 호텔 주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