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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우 Nov 08. 2024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베란다 캣타워에서 여울이(냥이 이름)가 되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베란다에 있는 캣타워 젤 높은 곳에서 사방을 둘러본다.


이 캣타워는  아빠집사가  직접  만들어  주셨어.  6년 전에  내가  오자 내게  선물해  주고  싶다며  5만 원어치 널빤지를 사다가  하루  종일  엄마집사의  잔소리를 들어가며  만들어  주었지. 솔직히  멋진  캣타워가  갖고  싶었지만  20만 원 정도나 하니,  엄마집사가  덜컹  사주 까봐,  5만 원으로  때우려는  속셈도 있을  것으로  여겨져.   정성이  갸륵해서 내가  자주  올라가  나만의  세상을  바라봐.


첨 여기 왔을 때 앞동에 34층 높이의 101동이 서 있어 내 시야를 가렸어. 이 아파를 살 당시 앞동보다 500만 원이 더 싸서 이곳으로 왔데. 엄마 집사는 늘 앞동을 무너트리고 싶다며 투덜대.  그러나 그 사이사이로 바다도 보이고 산이랑 도로도 보였어.

2년 뒤  옆 쪽으로 101층  짜리 LCT 건물이  올라갔지.  캣  타워에서  고개를  왼쪽으로 살짝 리면

 어쩌다  보이던  바다도  안  보이게 되었지.  또  앞쪽으로  50층  짜리  롯데캐슬스타가  들어서  도로와  멀리  보이던  산도  내  시야에서  사라졌어. 그리고는  사방으로  아파트로  싸여  버렸지. 엄마집사는  전에는 앞동을  무너트리고  싶다고  말하더니  요샌  그런  날도  안 해.  요즈음 그  앞에  또  45층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공사 소리가  시끄러울 거니까 말이야.

이곳은  상업지구라 법적  규제도  적용되지 않아 어느 사이 고층건물 숲이 되고 말았지.

앞베란다 캣타워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사방으로  높은 고층 아파트만  보여  숨 막혀.

우물 안 개구리가 보는 하늘이 좁듯이 아파트로 둘러싸여 이곳의 하늘도 좁아.

이젠, 밤에 뜨는 달도 금방 사라져 버려.  몇 개 안 보이던 별도 고층 빌딩 화려한 조명 사이로 사라졌지.


뒷베란다에서는 아직 시야가 넓어서 산도 보이고 집들도 낮은 아파트도 보여. 내 세상도 조금은 넓어. 엄마집사! 뒤베란다에도 캣 타워 하나 부탁해.

아차!!!!

며칠  전에 이마트도 팔려서 그곳에  복합형 고층 빌딩이 선다고 했지.

엄마 집사! 그 말 취소다.




PS; 나쓰마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작가가  고양이가  되어  바라보는  시점으로  참  재미있게  읽었었다.  그래서  이번에  나도  우리 집냥이 여울이가  되어  캐타워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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