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베란다 캣타워에서 여울이(냥이 이름)가 되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베란다에 있는 캣타워 젤 높은 곳에서 사방을 둘러본다.
이 캣타워는 아빠집사가 직접 만들어 주셨어. 6년 전에 내가 오자 내게 선물해 주고 싶다며 5만 원어치 널빤지를 사다가 하루 종일 엄마집사의 잔소리를 들어가며 만들어 주었지. 솔직히 멋진 캣타워가 갖고 싶었지만 20만 원 정도나 하니, 엄마집사가 덜컹 사주 까봐, 5만 원으로 때우려는 속셈도 있을 것으로 여겨져. 정성이 갸륵해서 내가 자주 올라가 나만의 세상을 바라봐.
첨 여기 왔을 때 앞동에 34층 높이의 101동이 서 있어 내 시야를 가렸어. 이 아파를 살 당시 앞동보다 500만 원이 더 싸서 이곳으로 왔데. 엄마 집사는 늘 앞동을 무너트리고 싶다며 투덜대. 그러나 그 사이사이로 바다도 보이고 산이랑 도로도 보였어.
2년 뒤 옆 쪽으로 101층 짜리 LCT 건물이 올라갔지. 캣 타워에서 고개를 왼쪽으로 살짝 돌리면
어쩌다 보이던 바다도 안 보이게 되었지. 또 앞쪽으로 50층 짜리 롯데캐슬스타가 들어서 도로와 멀리 보이던 산도 내 시야에서 사라졌어. 그리고는 사방으로 아파트로 싸여 버렸지. 엄마집사는 전에는 앞동을 무너트리고 싶다고 말하더니 요샌 그런 날도 안 해. 요즈음 그 앞에 또 45층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공사 소리가 시끄러울 거니까 말이야.
이곳은 상업지구라 법적 규제도 적용되지 않아 어느 사이 고층건물 숲이 되고 말았지.
앞베란다 캣타워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사방으로 높은 고층 아파트만 보여 숨 막혀.
우물 안 개구리가 보는 하늘이 좁듯이 아파트로 둘러싸여 이곳의 하늘도 좁아.
이젠, 밤에 뜨는 달도 금방 사라져 버려. 몇 개 안 보이던 별도 고층 빌딩 화려한 조명 사이로 사라졌지.
뒷베란다에서는 아직 시야가 넓어서 산도 보이고 집들도 낮은 아파트도 보여. 내 세상도 조금은 넓어. 엄마집사! 뒤베란다에도 캣 타워 하나 부탁해.
아차!!!!
며칠 전에 이마트도 팔려서 그곳에 복합형 고층 빌딩이 선다고 했지.
엄마 집사! 그 말 취소다.
PS; 나쓰마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작가가 고양이가 되어 바라보는 시점으로 참 재미있게 읽었었다. 그래서 이번에 나도 우리 집냥이 여울이가 되어 캐타워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