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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일기
by
하하룰루
Jul 19. 2024
매일 스타벅스에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
하고 싶은 공부 & 해야 할 일들 & 읽고 싶은 책은 많고
시간은 제한적이다 보니,
집중해서 "미타임"을 가져야, 이후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기에
나를 위한 시간은 스타벅스에서 보낸다.
평균 2시간이면, 그날의 공부와 독서를 마칠 수 있다.
스타벅스를 나설 때면 늘,
숙제를 마친 학생의 기분으로 몸과 마음이 가볍다.
그런데 오늘 스타벅스에서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먼저 적립금을 넣어두고 결제하는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데...
두 번 결제가 된 것.
그런데, 스타벅스의 계산대에도, 내 앱에도 한 번만 결제된 것으로 뜨고-
잔액만 2배수가 빠져나간 금액으로 표시되었다.
평소 유심히 확인하지 않는데... 오늘 마침 확인을 한 이유는,
계산대에서 점원이 세 번이나 카드를 다시 대 달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카드를 대고 난 후, 먹통이 되어 한참 기다렸고,
다시 카드를 대 달라고 해서, 두 번 더 그렇게 했기에 혹시 더 차감되었는지
확인해 본 거였다.
그것도 바로 앱을 열어본 게 아니고-
한 시간 정도 공부하다가,
'잔액이 왜 그리 조금 남았지? 같은 앱을 깔고 공유하고 있는 딸내미가 돈을 그렇게 많이 썼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딸에게
<너 스벅에서 돈을 왜 그리 많이 썼어?>하고 문자를 보냈다.
<일주일 동안 스타벅스 한 번도 안 갔는데?>라고 답장이 왔다.
그럼 좀 이상한데? 하고 앱을 열어본 것.
직원에게 가서 상황을 얘기하니,
자기 포스기에 찍힌 오늘의 판매상황을 열어 보여주며,
한 번만 결제되었다고 한다.
나는 어제 사용한 금액도 종이영수증으로 가지고 있었기에 어제의 잔액과
오늘 영수증에 찍힌 잔액을 들이밀며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직원은 본사에 전화하면 환불해 줄 거라고 내가 직접 전화를 해야 한단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계산한 직원과 매니저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고 돌아왔다.
여기까지 영어로 대화를 나눈 것도 내 영어 실력으로서는 장족의 발전.
(이민 가면 컴플레인을 위해 영어
배운다는 게, 맞는 말이다. 억울하면 영어공부해!!!)
근데 통화는 아직 좀 버겁다.
예상 가능한 질문에는 답변할 수 있으나, 예상범위를 넘어서는 말에는 당황스럽고 재차 다시 묻다 보면 당황해서 더 잘 안 들리는 수가 많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 딸에게 전화를 맡기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딸은
"적은 액수인데, 스트레스받지 말고
엄마가 그냥 스타벅스 한번 더 갔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면
안 돼?"라고 했다.
얘가 얘가 땅 파면 돈이 나오는 줄 아나? 결핍을 모르고 자라는 게 이렇게 위험해!
"돈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야!
더 큰돈도 내 실수로 잃어버렸으면 아깝다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누구의 잘못도 아닌 기계 오류로
애꿎은 엄마 돈만 잃어버리게 생겼으니
돌려받는 게 정당한 거야."
딸은 가뿐하게 영어로 상황을 접수했고,
2~3분 만에 잘못 빠져나간 돈이 다시 입금되었다.
스타벅스 직원의 실수도,
상담원의 실수도 아닌 것은 맞지만
내 실수는 더더욱 아닌데...
마음을 쓰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누구의 사과도 받지 못했다는 게
좀 아쉽다.
그렇다면,
그 망할 놈의 포스기가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인가.
씁쓸한 마음을 혼자 위로해 본다.
화를 내야 하는 대상이 스타벅스 직원이나 상담원이 아님을 스스로 인지하고
워~워~ 분노하지 않고 침착하고 너그럽게... 넘긴 것만으로도
오늘 잘했다고!
원래의 나 같으면, 순간 혈기가 올라 얼굴을 붉혔겠지만
나이가 드는지...
멈추어 생각해 보는 여유로움,
조금 손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너그러움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고
오늘 그렇게 했으니, (나 멋지게 늙어가는 중, 맞지?
)
그리고 마침내는, 잔액이 정상화되었으니
그걸로 되었다고.
스벅 직원에게 덕분에 잘 해결되었다고,
상담 직원에게 환불을 도와주어 고맙다고
오히려 감사 인사를 건넸어야 더 멋질 수 있었는데....ㅎㅎ
아무튼, 앞으로는 종종 영수증을 잘 들여다봐야겠다.
오늘의 스타벅스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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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룰루
필리핀에 살고 있는 두 아이 엄마입니다. 해외에서 아이 키우는 이야기와 나를 키우는 "책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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