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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마드 Jul 10. 2024

하이브리드 세계여행

역마살 가족의 배당여행 #4.

#4. 하이브리드 세계여행 


"하이브리드 세계여행"이라는 단어는 내가 만든 것이다. 우마드적 정의를 해보자면 “한국에 기반을 두고 언제든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 상태“가 ”하이브리드 세계여행“이다.      


여행 유튜버나 블로거 중에는 집 없이 전 세계를 떠도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자유로운 삶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그들은 대부분 딩크족이거나 미혼이다. 나에게는 3세 딸이 있어서 그렇게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 기반을 두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맞벌이를 하면서 해외 여행을 가는 것은 1년에 한 번 시간 맞추기도 힘들다.  사업체를 두고 세계여행을 한다는 것도 큰 리스크를 동반한다. 예전에 고시원 사업을 하면서 직원에게 맡기고 다낭 여행을 갔을 때, 누수가 발생해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자유로운 여행을 위해서는 부부 중 한 사람이 시간적,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보면 '둘 다 직장을 그만두면 되지 않나?'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부부 중 한 명은 꼭 직장을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장은 대출, 세금, 건강보험, 월급 등에서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안정감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중 하나다.


그래서 우리는 남편의 유학 휴직과 육아 휴직을 통해 3년 정도 외국에서 생활해볼 계획을 세웠다. 그 전까지는 남편의 휴가에 맞춰 전 세계를 여행하며 어디에서 3년을 보낼지 탐색하려고 한다.     



나는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외국에 가면 처음 맡아보는 그 도시의 냄새에 설렌다. 바르셀로나에서 맡았던 향긋한 바다 냄새, 방콕에서 맡았던 무언가 타는 듯한 향초 냄새, 미국 그랜드 캐니언에서 맡았던 흙 냄새. 세상은 넓고 그곳에는 다양한 빛깔이 존재한다. 나는 내 아이에게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나처럼 미친 듯이 공부해서 남들이 알아주는 곳에 취업하는 것만이 삶의 목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아이가 안락한 고속도로보다 때로는 거친 산길을 헤치며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대학병원에 합격하고 입사 대기를 하던 때, 친구와 2주간 유럽 여행을 떠났다. 파리에서 만난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을 보며,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청소부이든 박물관 매표소 직원이든 호텔리어든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직이나 화이트칼라가 아니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유럽에서는 그런 것을 느낄 수 없었다. 로마의 바티칸에서 본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우리나라의 지하철과 대중교통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잘 되어 있다는 것도, 우리나라가 참 깨끗하다는 점도 프랑스의 냄새나는 지하철을 타보고 알게 되었다. 책으로만 보던 것을 직접 경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내 아이에게 앉아서 책만 보라고 하지 않고, 함께 경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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