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결핍, 시선에 관한 에세이
크눌프
헤르만 헤세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4년 11월 20일
쪽수 148쪽
목차
초봄
크눌프에 대한 나의 회상
종말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인생을 이야기하다>
크눌프 에세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 사람들로 하여금 즐거움뿐만 아니라 슬픔이나 두려움도 항상 함께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크눌프 본문 中
[사랑과 결핍은 하나다.]
난 태어나서 실수를 한 적이 없었다. 항상 똑 부러진 아이였고 불의를 참지 못해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어디를 가나 정신을 차려보면 리더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었으며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크게 웃거나 들뜬 적도 없었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느꼈던 결핍은 역설적이게도 사랑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즈음 책으로만 읽던 짝사랑이 시작되었다. 어디를 가도 그 아이 생각뿐이었고 같이 있으면 설레었다. 하지만 그 짝사랑도 잠시, 나는 전학을 가게 되었고, 그 후로는 한 번도 그 아이를 만난 적이 없었다. 처음으로 무언가를 갈망하게 되었다. 만나지 못하는 내가 원망스러웠다. 나도 결국은 결핍된 사람이구나. 사랑을 통해 깨달았다.
인생은 이별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아름답다. 헤어짐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 만나고 싶다. 어둠이 있기에 별은 더 빛나 보인다. 내가 원하는 삶만 산다면 결코 내가 원하던 삶을 살 수 없다. 그렇기에 인생은 더 아름답다. 결국에 나는 완벽하게 살아야 한다는 일종의 소명 의식으로 나를 옭아매었다. 결핍을 통해 어둠 없이 사는 것은 나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사랑과 결핍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온전한 나를 인정하고 예뻐하고 아끼는 것만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완벽을 추구했던 나는 실수를 인정하기 시작했고 그 후로는 웃기도 크게 웃었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세상은 참 각박하다. 99번 잘하다가 1번 실수하면 매장당하기 일쑤이다. 완벽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완벽을 추구한다. 완벽만이 꼭 정답의 길인 것처럼.
헤세는 우리에게 한 가지 길만이 정답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따뜻한 시선으로 무엇이든 보면 잘못된 길은 없어 보인다. 그저 나의 주관적인 시선일 뿐이다. 나는 크눌프를 통해 내 인생에 대해 배웠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이기도 하지만 단숨에 크눌프에 빠지게 된 것도 처음이었다. 그래서 헤세는 크눌프와 고향이 하나였다고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길은 참 다양하다. 삶에는 정답이 없듯이 역경 없는 삶도 없다. 나는 내가 하기 싫은 일로 성공하고 싶지도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다. 그저 내 주변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된다. 내가 먼저 믿는다면 세상은 분명 달라진다. 먼저 믿고 주변을 살피자. 만약 크눌프처럼 재능 있고 따뜻한 사람이 그의 세계에서 헤맨다면, 그 세계에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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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짧은 책이었다. 그래서 더 단숨에 읽었는지도 모른다. 헤세는 크눌프로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의 책은 책마다 다른 사람이 쓴 것처럼 다르기 때문이다.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등. 이 책은 모든 사람에게 위로해주고 싶었던 헤세의 마음이 여기까지 전달된듯하다.
에세이를 쓰다 보니 어렸을 때가 생각났다. 큰 걱정이 없었던 어린 나이. 아무것도 모르던 천진난만한 나이. 그런 아이조차 완벽을 추구하게 만드는 사회란 살기 힘들다. 헤세의 크눌프를 읽으며 난 앞으로 고개 숙이지 않기로 했다. 내가 헤매다가 도착한 곳은 결국 내가 원했던 곳이고 원하던 삶을 살고 있을 테니까.
위의 글은 2020년 고등학교 때 썼던 글을 수정하여 쓴 글임을 밝힙니다.